치맥페스티벌 시즌이 돌아왔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여름밤 축제다. 최근 들어서는 매년 참가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 2013년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7회째다.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치맥축제도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구에 치킨 프랜차이즈가 많다는 것이 페스티벌 개최에 유리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치킨과 맥주의 조합’이 대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치맥축제가 대구에서 싹을 틔웠을까.

2013년 1회 페스티벌을 주관한 이수동 당시 한국식품발전협회장의 기억이다. 인터넷 카페 ‘맛따라 길따라’ 운영을 맡고 있던 협회 관계자가 2009년 소규모 치맥파티를 열었다. 모두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지역 축제로 발전시켜나가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는 것.

---개최 승인 못받아 치맥축제 4년 기다려

하지만 축제가 바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개최까지 꼬박 4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지역에 맥주 관련 산업이 없는데다 주취폭력 등 안전사고 위험요인이 많아 대구시가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

맥주 조달 문제의 물꼬를 터준 사람은 당시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었다.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김 부시장이 중국 칭다오 맥주 페스티벌 관계자들을 소개해줘 후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축제 개최를 불과 4개월 앞두고 대구시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개막식 때 칭다오 측에서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후원과 함께 축하사절을 보내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전국에 유사 축제기획이 잇따르고 있었다. 자칫 대구치맥의 특성이 퇴색되고 그저 그런 동네 축제로 전락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서울에서는 하이트진로 치맥페스티벌이, 또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서는 센텀맥주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었다. 물론 이들 축제는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구치맥과는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다.

또 시민들이 온라인상에서 대구치맥의 행사내용과 규모를 널리 퍼트려 전국의 치맥 매니아들을 불러 모은 것이 유사축제 극복의 결정적 도움이었다.

치맥축제는 대구의 도시홍보는 물론이고 경제적 파급영향, 관광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모두 호평을 받을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일정규모 이상 커졌기 때문에 내실화가 중요하다. 치맥에 치킨은 있지만 지역 맥주가 없다는 지적이 아프게 와닿는다.

---걸음마 단계 못벗어난 지역 수제맥주 산업

맥주는 페스티벌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년 축제는 대형 맥주회사 위주로 짜여진다.

수제 맥주는 지난 2014년 주세법이 바뀌며 날개를 달았다. 소규모 양조장(브루어리)이 만든 맥주의 유통이 이뤄지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시설기준이 완화되며 양조장 개설도 증가했다.

현재 전국에는 수제맥주 브랜드가 120여 개나 된다. 그러나 대구에는 3개 뿐이다. 경북에는 문경과 안동 등에 양조장이 있다. 지역의 대부분 수제 맥주 판매업소에서는 다른 지역 양조장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주고 맥주를 제조해 오거나 완제품을 구입해 파는 실정이다.

수제맥주의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대구가 수제맥주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을 시급히 짜야 한다. 이미 대구 김광석거리나 동성로 등에 가면 다양한 수제맥주가 매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지난 6월14~16일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대구 수제맥주 페스티벌이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 8월 말에는 달성군 사문진 야외공연장에서 사문진 비어(BEER)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지역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몇차례 회의도 열었다. 양조장, 판매·유통업체 대표, 관련학과 교수, 대구TP 관계자 등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제 맥주는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구치맥의 품격도 업그레이드 된다. 대구시가 치맥페스티벌을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 축제로 계속 키워나가고 세계인을 불러들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맥주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기회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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