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살처분 가축 사체 “퇴비화 안된다”

발행일 2019-07-08 16:01: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제역으로 매몰됐던 가축의 사체 부산물을 퇴비화 하려는 시도에 전국 축산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군위군 지역에는 A농산업체가 강원도 홍천에서 구제역으로 매몰처리된 소 116마리의 사체를 들여와 퇴비화 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축산농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까지 “있을 수 없는 일,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A업체는 지난 6월부터 군위지역 약 1만㎡ 농지에 열처리기 등 설비를 설치했다. 가축 사체를 왕겨와 섞어 저장고에 1차 보관 후 열처리 과정을 거친 뒤 다시 2~3m 깊이 저장고에서 약품처리를 한 후 퇴비작업을 한다고 한다.

이같은 가축 사체 퇴비화 작업은 행정당국에 신고도 되지 않고, 지역민들의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강원도에 매몰된 가축 사체를 왜 군위까지 가져오느냐”는 지역민 반발은 당연하다. 만약 살처분된 가축의 사체로 만든 퇴비를 사용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민들은 “당장 시설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위군은 그간 구제역 발생이 단 1건도 없는 청정지역이다. 또 최근 우리나라는 전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방역으로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축산당국에서는 퇴비화 작업을 할 경우 매몰지 인근에서 가공해 주변 희망농가에 무상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인허가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유사 사태 재발 가능성 마저 높다.

종전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루셀라병 등 5종의 가축전염병에 걸린 사체에 대해서만 재활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가축 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 고시를 개정해 구제역, AI(조류 독감) 등 44종의 가축전염병에 걸린 사체도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열처리는 고온고압 처리를 통해 병원체를 사멸시킨 뒤 가축 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매몰에 비해 비용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몰지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 및 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다는 것이 고시 개정의 배경이다.

그러나 축산농민들은 아직 구제역, AI라는 말만으로도 깜짝 깜짝 놀란다. 당연한 거부 반응이다.

농림부 개정 고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축산농가 의견 수렴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같은 축산농민의 정서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가축 사체 퇴비화를 허용하면 안된다. 농민들은 허점이 많은 관련 법규정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퇴비화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속적 안전성 검증과 함께 축산농민들의 동의를 최우선 조건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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