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 저장강박증 90대 참전 유공자 집 쓰레기, 봉사자와 합심해 처리

발행일 2019-07-10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6·25 참전 유공자 90대 어르신 집안 쓰레기 가득

-남구청 직원, 자원봉사자 등 20여 명 분리 작업 실시

-지붕 누수 수리, 파손 썬 라이트 정비 등

대구 남구청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배모씨의 집 안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남구청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합심해 도와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6·25 참전 유공자인 배모(92)씨의 표정에는 안도의 기쁨과 봉사자들을 향한 고마움 등 만감이 어려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운동삼아, 취미삼아 하나 둘 모아온 잡동사니가 쓰레기가 돼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모두 18t가량. 마당과 방, 거실 등 119.7㎡(36평) 규모의 그의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대문 입구부터 마당을 지나 집까지는 쓰레기로 인해 진입조차 어려웠다.

대구 남구청이 저장강박증을 앓아 쓰레기더미에 살고 있던 국가 유공자 배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10일 남구청에 따르면 바르게살기운동 대구남구협의회 회원 10명과 구청 주민생활과, 행정지원과 직원 등 모두 20여 명이 지난 8일과 9일 이틀동안 투입돼 배씨 집을 가득 메운 쓰레기를 치웠다.

배씨는 아내와 자식들이 타지로 떠나고 나서 기초노령연금과 참전 유공자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수년에 걸쳐 쓰레기를 계속 모으는 상황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 안 마당 곳곳은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병 등 수집한 쓰레기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장판, 나무 합판, 슬레이트 지붕 등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도 발생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이면 집 안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와 곰팡이, 벌레가 들끓으면서 이웃 주민들이 수차례 민원을 넣기도 했다.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이웃 주민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배씨는 구청에 찾아가 스스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집 안 쓰레기가 모두 수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방문해 분리작업을 진행하고 내부 수리 등 사후관리도 철저히 해 나갈 예정이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대문 앞까지 가득 찬 쓰레기 속에서 사는 어르신의 건강과 부상이 염려돼 도와드리기로 했다”며 “앞으로 통합사례관리사의 주기적인 방문 등 관심을 두고 어르신에게 적극 도움을 드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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