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실력은 위기에서 나온다

발행일 2019-07-10 15:19:4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진짜 실력은 위기에서 나온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아사하라 쇼코는 일본의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의 교주였다. “일본의 왕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겠다.”라고 했던 그는 교의를 실행하기 위해 초능력, 요가, 종말 사상 등을 앞세워 청년층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옴진리교는 주요 대학의 우등생 명단을 입수해 교주의 거짓 부양 모습과 초능력에 대한 자료 등을 제공하여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옴진리교는 1990년 ‘진리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섰으나 교주 이하 25명이 전원 낙선했다. 이를 계기로 옴진리교는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제도로 불가능하다면 살인을 통해서라도 체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1995년 출근 시간 도쿄 지하철 차량에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13명이 죽고 6천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생각이 없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정서적 공허나 세상을 향한 분노를 비현실적인 신비 사상이나 과격한 이상론 등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이비 종교 교주나 정치인은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권력을 유지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과 아베를 바라보면 옴진리교가 연상되어 섬찟하다. 극우는 군국주의 세력의 후예들이다. 군국주의가 주변국에 입힌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일본과 일본 천황을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여야 하며, 다른 민족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일본의 이익에 반하는 그 어떤 것에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무리들이다. 극우 사상을 전파하고 극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자국의 언론까지 통제한다. 이웃나라를 희생의 재물로 삼아도 좋다는 그들의 말과 행동은 살인을 통해서도 체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옴진리교와 다를 바가 없다. 극단적인 사이비 종교가 반드시 부패하듯이 극좌나 극우도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하여 결국은 불특정 다수와 이웃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오늘의 아베 정권을 보며 옴진리교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과장일 수 있다. 그만큼 현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말이다. 감정적인 분노를 가라앉히고 구체적 현실로 돌아오면 답답해진다. 일본의 제재에 우리도 동일한 방법으로 맞대응할 수 있겠지만, 수출 제재로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와 비슷한 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겐 별로 없다. 일본이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제재 수위를 높여간다면 미중 무역전쟁이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 역시 중국과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처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들만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 제재로 현재 진행 중인 한국 경제의 둔화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한일 무역 이슈의 영향으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1.8%로 낮춘다고 밝히며, 내년 경제성장률도 1.7%로 전망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일 감정이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일본 여행 자제와 같은 것은 민간 차원에서 은연중에 실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떠벌리고 외쳐서 공연히 제재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출규제가 장기전으로 확전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될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도덕성과 명분을 유난히 중시하는 현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배가 전복되어봐야 그 배를 부리던 사람이 수영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알 수 있고, 말은 빠르게 달려봐야 그 마부가 얼마나 능숙한 마부인지 알 수 있다.”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국민은 현재의 무역 전쟁을 유발하게 한 당사자인 정부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비로소 능력 있는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하지 않는가. 정치가 죄 없는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일단은 중지를 모아 이 위기 국면을 타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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