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왜란’으로까지 불리는 일본의 경제 제재 결정의 파문이 우리 국가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고갈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LG, SK, 삼성 등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중간재를 사용하는 국내 모든 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대구경북도 피해를 비껴갈 수는 없다. 대경CEO브리핑에 따르면 대일 의존도가 높은 주력산업 부품소재 투입비중이 10% 감소할 경우 지역의 피해는 약 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구 2억5천900만 달러(3천61억7천만 원), 경북 5억2천600만 달러(6천217억3천만 원) 등 연간 총 7억8천500만 달러(약 9천279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탄소섬유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구미지역 관련 업체들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수출규제가 탄소섬유, 공작기계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미시는 5산단에 탄소산업클러스터 조성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미산단에 입주한 탄소관련 기업은 도레이 첨단소재 등 50여 곳에 이른다.

대구시는 11일 경제부시장 주재로 지역경제 대책회의를 연다. 대구상의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산되는 상황을 가정해 지역 기업들이 받게 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경북도는 10일 구미에서 경제부지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현황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이번 분쟁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일제 강제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결정 등 양국 간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우리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치졸한 보복에 경제적 맞대응은 피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피해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미래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30대 기업 CEO간담회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며 협의를 통한 해결 원칙을 천명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일본정부에 대한 분노와 함께 그간 여러 차례에 걸친 일본의 경고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우리 정부의 무신경과 무능에 실망감이 교차한다.

이제 단기적으로는 양국 정상회담, 특사 교환 등을 포함한 모든 대화의 수단을 찾아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특정국 의존형 산업구조 개선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