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열쇠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삼복으로 접어든 계절은 한여름 더위를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하다. 대프리카의 위력이 무색한 요즈음이다. 직장인으로서는 덥지 않은 여름이 고맙기도 하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을 것 같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알곡이 잘 익고 과일의 당도도 높아진다는 시골에서 농사일 하는 분들의 주름 진 얼굴을 뵈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다. 기대하며 정성들여 심어둔 수박은 이제 조금씩 부피를 더해간다. 언제 속이 꽉 들어차 이웃들과 함께 수박 파티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병원 커피숍 주인이 한톨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전해주는 커피 찌꺼기를 흙과 골고루 섞어 수박줄기 옆에 거름으로 뿌려두며 읊는다. 잘 자라라. 잘 익어가거라.

“아이쿠, 진짜 농부가 여기에 있었군~!“ 따가운 햇살이 퍼진 텃밭에 엎드려 풀을 뽑느라 열중하는 내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언제나 친근한 말씀을 건네시는 원로 선배님이 아닌가.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멈추고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선배님께서 이제 지구 한 바퀴의 거리나 되는 마라톤 풀코스 1,000회를 목표로 주말마다 달린다고 들은 듯하다. 풀코스1000회, 42.000km는 지구 한 바퀴의 거리가 아니던가. 1000회 풀코스 마라톤 완주자 1호는 바로 대구시 의사회에서 탄생했다며 자랑하시지 않았던가. 몇 해 전 대구금호강마라톤대회에서 말이다. 그 이야기를 선배님의 열변으로 듣고는 나도 한번만이라도 뛰어봐야지 생각한 적이 있다. 마음에 있으면 기회는 오게 되는 법, 여자 의사회 사업의 일환으로 핑크런 마라톤대회를 참가하게 되어 해마다 달리고 있다. 마라톤이라고 이름 짓지 못할 정도인 3km 나 때로는 5km의 거리를 신청해 달리지만 그래도 결승선에 도달해 완주 메달을 받을 때엔 정말 가슴에 커다란 파도가 치는 듯해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선배님은 이번에도 핑크런 마라톤 하느냐고 묻는다. 짧은 코스를 달린다고 하니까, 손사래를 치시며 젊은 사람이 도전을 해야지. “가장 긴 거리를 신청해! 그리고 기록을 재어!“ 하신다. 그러면서 설사 이번엔 끝까지 달리지 못하더라도 내년, 그 다음해엔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 터이니 무조건 도전하라고 하신다.

선배님이 항상 이야기하신다. 성공의 키워드는 바로 4V라. 밝고 명랑한 활기찬 힘을 활력(vitality) 과 앞날에 대한 원대한 꿈, 비전(vision)과 어떤 역경도 무릅쓰며 시도해보는 모험(venture), 그리고 활력을 겸비해야 끊임없이 나아갈 때 마침내 승리(victory)를 얻을 수 있는 법이라 강조 하신다.

고통이라는 인내와 투자 없이는 즐거움이라는 열매도 따기 힘들 것이지 않겠는가.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려고 노력하며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고자 힘써야 하지 않으랴. 아직 젊은 나이라 생각하면서 세상만사를 흐르는 강물처럼 대하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선배님과 함께 있으면 없던 힘도 생긴다. 용기와 건강과 성공이 바로 손에 잡힐 듯 다가든다. 성공의 키워드는 4V, 어느 스님의 책을 탐독 하시고는 그 설법을 그대로 옮겨 놓으시는 듯한 말씀을 새긴다.

현실적인 가치를 긍정하면서 절대자의 가르침을 받들고 세속의 한복판을 걸어 나가는 삶, 선지자의 삶을 걸어가시는 선배님을 뵈면서 진정한 원로란 어찌 행동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원로 선배님은 계속해서 채찍질 하신다. “도전하라! 나아가라. 또 나아가라, 쉼 없이 나라가라”고 거듭 강조하신다. 이는 어쩌면 지금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말고 더 나아가 힘차게 도전하라고 은근히 등을 밀어대시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어깨를 쭉 펴면서 힘을 얻는다. 그래 이제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묶고서 새로운 깃발을 드높이 들고서 앞날의 비전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할 힘을 얻는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상에 서 있는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의 지향점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승리의 길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소망한다. 모든 현실의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는 정진이 바로 행복을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법하는 이도 있지 않던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깨침을 실현할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니.

지구 한 바퀴를 달려보겠다는 심정으로 달려보자. 나만을 위한 성공이 아닌 ‘나를 위해 승리하고, 남을 위해 승리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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