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 고위 간부들의 거취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2명의 행정 및 경제부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가 예정돼 함께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달 임기 2년을 채우고 행정안전부로 돌아가야 하는 기획조정실장 자리도 감안해야 할 형편이다. 대구시정 최고위층이 한꺼번에 바뀌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상길 행정부시장은 빈번한 지역 행사 참석 등 정치적 행보로 지역 정가에서 일찌감치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시장은 특정 지역구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승호 경제부시장도 지난해 부임 당시부터 총선 출마설이 나돌았고 주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양 부시장의 총선 출마는 대구시 고위직에 있다가 총선에 출마해 금배지를 단 사례에 자극받아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 당시 정태옥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사표를 던지고 20대 총선에 대구 북갑에 출마, 금배지를 달았으며 김상훈 경제통상국장이 2012년 새누리당 공천으로 국회의원(대구 서구)에 당선됐다.

특히 양 대구부시장은 현직 고위 공무원으로 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데다 지역이 안마당인 자유한국당이 신인에 50%의 가산점을 준다는 공천 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대구시 기획조정실장도 행정안전부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 자칫 대구시장을 제외한 대구시의 ‘빅 3’가 올 연말 한꺼번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현직 부단체장 2명의 동시 사직 상황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길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이로 인한 행정 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구시의 상황은 돌아보지 않고 정치적 이해를 위해 시민들을 외면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후임자 인선이 쉽지 않아 권영진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도 적지 않다. 현재 행정안전부에는 대구와 경북 출신으로 대구 부시장에 올만한 인력 풀이 좁다. 대구시는 당장 후임자로 불러올 수 있는 후보군도 마땅찮은 데다 대상자들마저 현 정부 들어 외곽 부서만 맴돌고 있어 예산 및 현안 해결 등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행안부에서 타 지역 출신 인물을 발탁할 경우 지역민과 긴밀도가 떨어지고 지역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제 역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 시장에게는 이래저래 고민거리만 늘었다.

공무원들이 모두 제 살길만 찾는다며 ‘소는 누가 키우나’.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