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김남주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시집 『사랑의 무기』 (창작과비평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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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노래’가 바로 조국 수석이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로 그 ‘죽창가’이다. 그는 이에 앞서 “우리 정부와 국민을 농락하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는 조용히 분노하되, 그 에너지를 내부 역량 축적에 쏟아야 한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구호가 아닌 실질적 극일(일본을 이기는 것)을 도모하자….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능력과 경험이 있다. 그건 자부할 만하지 않은가”라는 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칼럼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재성 의원은 “경제 보복의 피해만 생각한다면 빨리 항복하고 끝내는 게 맞겠지만 이 정도 경제침략 상황이면 정치인들이 주판알만 튕길 때가 아니라 의병을 일으켜야 할 일이다”고 했다. 죽창가는 예상했던 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최 의원의 발언도 비판받고 있지만 꼭 그래야만 할까. 심지어 대통령의 ‘배 12척’ 비유를 두고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 문 대통령” “자기가 싼 배설물” 운운한 정미경 위원 등을 보면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주류 언론과 보수야당은 이번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한국 정부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조치’ 탓으로 돌리면서 양비론을 유포한다. 슬쩍 여론의 눈치를 보아 ‘일본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식의 끼워 넣기를 한다. ‘극일’은 1983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 때 전두환 정권이 만든 용어다. 이후 이 단어는 한국인들의 대일 의식을 규율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이용됐다. 그들은 한국이 일본에 맞대응하려는 것은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이라고 단정한다.

일본의 이번 공격에는 ‘한국 내 여론’도 계산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평론가가 “문재인정권이 무너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아베 정권의 속내도 그러할 것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고종이 헤이그에 밀사를 보냈기 때문에 일본이 고종을 퇴위시키고 한국 군대를 해산하고 한국 내정을 장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옛날의 그 매국노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여전히 우리 안에는 일본과 맞서면 우리만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얌전히 말뚝에 묶여있다. 코끼리는 어린 시절부터 단단한 말뚝에 묶여서 자란다. 아무리 말뚝을 뽑고 달아나려 해도 어린 코끼리의 힘으로는 뽑을 수 없었다.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어린 코끼리는 말뚝 뽑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점점 몸이 커지고 힘이 세졌는데도 코끼리는 말뚝을 뽑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어른코끼리는 1톤이나 되는 짐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자신의 힘은 약하다고 생각한 코끼리는 자신의 힘이 얼마 만큼인지 끝까지 알지 못한 채 말뚝에 묶여 지내게 된다. 그들은 단 한번이라도 ‘녹두꽃’이 되고자 ‘파랑새’가 되고자 대나무의 끝을 뾰족하게 갈아본 일이 있던가.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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