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

일레인 N. 아론 지음/웅진지식하우스/424족/1만7천 원

전체 인구 중 약 20%를 차지하는 민감한 사람들(HSP, Highly Sensitive Person). 그들은 미세한 변화를 잘 포착하고, 깊이 사고하는 정교한 신경 체계를 타고났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작은 변화까지 알아차리며, 상대의 매력에 깊이 심취하며, 친밀한 관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이 민감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민감성 연구의 권위자로 사랑에 있어 민감성이라는 기질에 최초로 주목했다. 역시 HSP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감한 사람이 사랑할 때 마주하는 남다른 고민과 예기치 못한 갈등, 깊숙한 상처의 비밀을 이 책에 풀어냈다.

이 책은 현재 사랑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사랑에 너무 깊이 빠질까 봐, 너무 친밀한 사이가 될까 봐 겁이 나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 둔감하고 무심한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불협화음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 상처받는 게 두려워 사랑을 포기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 지침서다.

먼저 독자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HSP 지수를 살핀다. △타인의 기분에 쉽게 동요한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폭력적인 영화를 피한다 △남의 기분을 살핀다 △갑자기 많은 일이 닥치면 당황한다 △삶의 변화를 싫어한다 △맛의 미묘한 차이나 냄새를 잘 맡는다 등이다.

저자는 민감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연애나 결혼 생활에 있어 만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서로의 차이를 더 강렬하게 감지하는 기질 탓에, 그들은 종종 상대방이 바뀌지 않는 점에 대해 비난하는 데 열중하며 자신이나 상대방이 달라지기만을 원한다고. 또 사랑을 시작할 때 더 망설이기도 한다. 민감한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탓하며 움츠러드는 사람도 많다.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차별, 부당한 비난에도 민감한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더 괴로움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민감한 사람들이 이성을 어색해하고, 어렵게 느끼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열정적이고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임에도, 그들의 친밀한 관계가 자칫 고통으로 향하지 않도록 기질에 대한 이해와 도움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부부 갈등의 69%는 영구적이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며, 행복한 부부든 그렇지 않은 부부든 이런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의 비율은 같다고 밝혔다. 즉 어찌해볼 도리 없는 문제들을 가지는 것은 누구나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민감성과 같은 ‘타고난’ 기질이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행복한 커플의 경우 자신들의 어쩔 수 없는 점에서 나온 갈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받아들일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는 점일 것이다.

기질과 사랑에 관한 심층적이며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사랑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가 상대방의 기질을 수용하는 방법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말한다. 또한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부터 내밀한 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케이스 분석의 사례는 물론 커플의 성격 조합에 따른 풍성한 조언을 곁들임으로써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를 원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