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업무과다와 언어폭력·성희롱에 시달려||-최근 정신건강 이슈돼 업무량 늘어 인력부족

#대구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 당직근무를 서다 전화상담 중 정신질환자에게 심한 욕설과 성희롱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며칠째 밤이 되면 계속 심장이 떨려 잠을 설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국민의 건강한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센터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구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모두 9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2천636명의 환자를 62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관리하고 있다. 전문요원 1명이 평균 환자 42.5명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등록되지 않은 환자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직원들의 업무량은 더 많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언어폭력과 성희롱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시민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을 상담하기 위한 24시간 정신건강 상담 전화를 운영 중이다.

월 평균 400~500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최근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PC방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난달에만 703통, 하루 평균 23.4통의 전화를 상담했다.

하지만 이들 전화가 일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이용자들의 성희롱과 언어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게 문제다. 특히 여성 직원이 전체 직원의 80%에 달해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더욱 취약하다.

여성 정신건강전문요원 이모씨는 “당직근무를 서는 날은 오늘은 언어폭력을 당하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당하면 마음이 진정이 안 돼 펑펑 울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대구 9곳의 센터 중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제외한 8곳의 대구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환자의 집을 방문해 상담하는 방문상담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상담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환자가 요원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자해를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방문 상담 시 2인1조 방문을 지침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인력과 예산 문제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완석 영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재정적 지원은 아직 옆 나라 일본의 10분의1 수준”이라며 “인력과 재정의 지원 없이는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관련법이 정비되고 보다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몇몇 사건 등을 통해 정신건강이 이슈 되며 문의가 많아져 관련 업무가 굉장히 늘어났다”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긴급조치방안을 준수하며 2022년까지 대구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 30여 명의 인력을 우선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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