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제자 이야기

제자 이야기

신동환

객원논설위원

S선생님은 일행과 함께 모 협동조합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들렀다. 손님이 많았다. S선생은 일행들에게 ‘이 곳 조합 직원으로 제자 K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일행은 종업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K를 만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일행은 그 일을 잊고 있다니 이곳 협동조합의 제복을 입은 이가 다가왔다. 같이 온 종업원이 그를 소개 했다. S선생 이름을 이야기하니 급히 올라왔다고 한다. S선생은 그를 40여년이 만에 만나서 그런지, 생각이 가물가물해 잘 알아보지 못했다. “선생님 접니다.” 그는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S선생은 그의 웃는 모습을 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웃음은 수줍음을 지니고 있었다. 맞다. 너 K지? 예, 그는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큰절을 하였다. S선생은 뜻밖이었고, 일행도 놀랐다. 주위의 손님들도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돌아간 뒤 일행은 제자의 칭찬이 아니라 S선생의 덕담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큰절을 올리다니,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선생님이 바르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역시 선생님은 교육자이십니다.

그 후 S선생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연찮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퇴직한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모두들 고마워하였다.

옆에 있던 L선생은 본인이 들은 이야기라며 다른 제자 이야기를 했다.

P선생은 몇 달 전에 호텔에서 칠순 잔치를 치렀다. 손님이 꽤 많았다. 평소 P선생의 후덕하심이다.

50대 초반의 감색 양복을 입은 손님이 들어 왔다. 호스트인 장남이 모르는 손님이다. 그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P선생이 달려와 그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P선생의 초등학교 제자이다. 그 제자와는 잊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갔다. 첫날밤 선생님들은 단체로 회식을 갔다. 지금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그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던 시절이기도 하였다. 경리를 맡아 있던 P선생은 내키지 않았다. 여행비가 가득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어찌할 수 없어서이다. P선생은 불참하기로 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막무가내였다. 그 중 선생님 한 분이 전교 어린이 회장을 가리켰다.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하였다. P선생은 마지못해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

선생님들이 간 뒤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어린이 회장에게 디가 왔다. 너희들 어디어디에서 왔지, 방은 춥지 않느냐, 불편한 것은 없나, 내일 아침은 무엇을 먹으면 좋겠니. 그는 어린이 회장에게 우스운 이야기도 하며 주인인척 했다. 어린이 회장도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다 그는 어린이 회장에게 여러분이 자는 방의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하니 전구를 사오라고 했다. 고액권을 주며 남는 돈은 과자를 사먹으라고 했다. 어린이 회장은 아무 의심 없이 그에게 가방을 맡기고 가게에 갔다. 그는 돈 가방을 갖고 줄행랑을 처 버렸다.

어린이 회장은 울면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선생님이 왔다. 어린이 회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초지종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눈물로 범벅이 된 회장의 얼굴을 닦아주고, 살포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걱정하지 마’ 선생님은 한마디의 꾸중도, 얼굴 찡그림도 없었다. 사후 경제적인 부담도 전혀 시키지 않았다. P선생의 월급과 동료 선생님들의 부담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어린이 회장도 회장의 부모님도 P선생을 무척 고맙게 생각했다. 그 때의 담임선생님이 오늘 칠순 잔치를 하는 선생님이고 어린이 회장은 오늘 남색 옷을 입고 온 신사이다. 제자는 그 후 선생님을 잊을 수 없었다. 제자는 사업에 성공하여 중견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 제자는 경비 일체를 부담하였다. P선생과 선생님의 가족들의 만류는 제자의 의지를 꺾지 못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한마디씩 하였다. 선생님도 대단하고 제자도 대단하다. 예부터 군자의 즐거움은 천하의 영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덕과 학식을 갖춘 사람을 군자라 한다. 아름다운 제자를 가지려면 스승은 덕과 학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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