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은 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의 필수적 요소다. 인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독립된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그러한 요소가 결여돼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직원의 인사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원들의 보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2년 근무기간이 끝나면 집행부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무처(혹은 사무국·사무과)가 의원들과 완전한 일체가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도 왕왕 있다.

---대통령이 국회사무처 직원 임명하면 되겠나

의회에 사무처 직원 인사권이 없는 것이 자방자치 발전에는 큰 핸디캡이다. 실무조직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해 의회와 집행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국회사무처 직원이나 국회의원 보좌진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면 국회의원이 어떻게 국정을 감시할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지방의회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

지방의회의 직원 인사권 독립은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출범이후 계속 제기된 숙원이다. 최근 이같은 숙원이 해결될 조짐이 보여 많은 이들이 반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8일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개편 내용을 담은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 후 준비 기간 1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을 광역의회에 한해 의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시도의회 인사권 조정 내용이 있는데, 이번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인사위원회 구성 등 세부 방안을 후속 법률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 법안이 발효되면 의장이 의회 소속 직원의 임용과 보직관리, 교육훈련 등 인사관리를 의회차원에서 하게 된다. 지방의회 인사권 강화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 의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정책지원 인력은 조례 제·개정, 예·결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조사 등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지방의회 의원도 보좌관을 둘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제도 개편 앞서 검토·보완 요소 적지않아

하지만 검토·보완해야 할 요소도 적지 않다. 우선 각 시도 의회 사무처는 행정사무 직원이 적어 독립 인사단위로 운영하기에 규모가 작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대구시의회 사무처의 전체 정원은 91명이지만 행정직은 58명에 불과하다. 경북도의회 사무처는 정원 111명에 행정직은 64명이다.

자칫 인사교류가 되지않아 ‘고인 물’이 되기 십상이다. 다른 시도 의회와의 교류를 허용하거나, 의장의 요청에 한해 집행부와 인사교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의회 사무처 근무 경험이 있는 일부 공무원들은 “의회 인사권 독립은 안된다”는 주장도 한다. 집행부는 의회가 견제하지만 의회는 견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회의 직원인사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 발전의 큰 흐름이다. 기초지자체인 시군구 의회 사무국(과)의 인사권 독립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시도 의회 인사권 독립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달렸다. 시도 의희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시군구 의회 인사권 독립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된다.

시도 의회는 직원 인사권 독립을 역량 제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집행부 견제와 함께 지역민 삶의 질 개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지방의원들 스스로 사명감을 바탕으로 책임감, 전문성을 키워 제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법적, 제도적 환경 개선에는 그러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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