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3형제 방랑기

신동근 지음/사계절/44쪽/1만3천 원

허구한 날 활만 쏘는 잘만쏘니는 공부도 못하고 일도 못하고 잘하는 건 활쏘기뿐이어서 이름도 잘만쏘니다. 동네 사람들 빈축 사기 일쑤에 멀리 날아간 화살 줍는 게 일과인데, 하루는 세상 구경을 하러 나왔다가 잘만뛰니를 만난다. 역시나 내세울 거라고는 뜀박질 하나인 잘만뛰니는 평소에는 너무 빨리 뛰는 게 오히려 불편해서 한쪽 다리를 묶고 다닌다.

재주가 있어도 평소에는 그 재주를 드러낼 일도 없고 세상 사람들 눈에는 쓸데없는 재주로만 비쳐, 둘은 외톨이. 그래도 두 외톨이는 서로가 신기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러다가 만난 마지막 주인공이 바로 잘만보니다. 먼 데가 너무 잘 보이는 탓에 오히려 가까운 곳이 안 보여, 잘만보니는 늘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닌다.

이 책은 셋의 캐릭터 특성을 직관적인 그림으로 보여준 다음, 이들의 여행에 초점을 맞춘다. 큰 목적 없이 발랄한 호기심으로 세상 구경을 시작한 3형제에게 세상은, ‘다 비슷비슷하고 가도 가도 산이지만’ 둘러보며 해찰하는 재미가 있고 드디어 셋의 재주를 한데 모아 멋지게 킥을 날릴 기회도 내어 준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꽤 신박한 재주를 가진 외톨이들이 재미나게 사는 법을 담고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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