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31일부터 대구 낮 최고온도 35℃ 이상, 대구 폭염경보 발효||-대장간, 인형탈

▲ 대구빙상장에서 한 작업자가 겨울용품으로 중무장을 한 채 정빙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빙상장에서 한 작업자가 겨울용품으로 중무장을 한 채 정빙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 서구 한 얼음공장에서 작업자가 마스크와 장갑 등 겨울용품으로 중무장을 한 채 얼음을 나르고 있다.
▲ 대구 서구 한 얼음공장에서 작업자가 마스크와 장갑 등 겨울용품으로 중무장을 한 채 얼음을 나르고 있다.
▲ 대구 북구 노원동 한 식도 대장간에서 직원이 낮 기온이 30℃가 넘어섰지만 불길을 앞에 두고 칼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 북구 노원동 한 식도 대장간에서 직원이 낮 기온이 30℃가 넘어섰지만 불길을 앞에 두고 칼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 수성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한 직원이 관람객 어린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 수성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한 직원이 관람객 어린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낮 최고 35℃를 웃도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무더위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일터 자체가 그야말로 ‘가마솥’인 곳에서 꿋꿋이 일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기온에 한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껴입은 채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있다.

◆더위와 사투, 일터가 찜질방

“불길 앞에 2~3시간만 있다 보면 여름철 바깥 공기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낮 최고기온 36℃를 기록한 1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노원동 한 대장간. 대장장이 박철호(38)씨는 주문받은 칼을 제작하기 위해 특수강 봉을 움켜쥐고서 대장간 한 켠의 매섭게 타오르는 불길 앞에 섰다.

10단계에 이르는 칼 제조과정 가운데 단조 공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1천℃에 육박하는 불길 속으로 봉을 넣어 달구기 시작하자 박씨의 온몸은 금세 땀 범벅이 됐다.

박씨는 “1인 업체인데다 여름철엔 더위 때문에 힘들어 작업량을 겨울철의 절반 정도만 처리하고 있다”며 “날이 더워도 불똥이 많이 튀는 탓에 긴 소매와 가죽 치마 등을 입은 채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30분께 삼성 라이온즈의 홈경기가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이날 역시 낮 최고 36℃를 기록하는 등 저녁에도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지만 경기를 관람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삼성 마스코트 블레오 패밀리인 블레오, 핑크레오, 레니, 라온 등 4명은 인형 탈을 쓴 채 관중과 한 몸이 돼 응원의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절로 났지만 무더운 날씨 속에서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춤을 추는가 하면 응원석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구자언(43·블레오)씨는 “1995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스코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더운 여름에는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 녹초가 될 정도고 습한 날씨가 가장 고역이다. 하지만 어린이 친구들의 환한 미소를 원동력 삼아 더위를 즐기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몸이 꽁꽁, 겨울 패딩 필수

1일 오후 2시 대구실내빙상장 온도는 영상 3~5℃로 바깥 온도와 30℃가량 차이가 났다.

빙상장에서 정빙작업을 하는 손원유(39)씨는 여름철에도 두꺼운 겨울 패딩과 내복이 필수다.

손씨는 20분간 정빙작업을 끝낸 뒤 빙상장으로 20여 명의 스케이트 회원과 손님 등이 재입장을 시작하자 그제서야 털장갑을 벗으며 꽁꽁 언 손을 녹일 수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기전실에는 추위로 언 몸을 녹이고자 온풍기(?)가 상시 가동되고 있을 정도였다.

손씨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가방에 패딩을 넣고 출근하는 게 일상생활이 됐다. 업무를 마친 뒤 반팔을 입고 출입문을 나서면 찜질방에 들어간 것처럼 숨이 턱하고 막힐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구의 한 얼음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장 안은 영상 1~2℃를 기록할 정도로 한여름 속 ‘추위’를 자랑했다.

이날엔 특히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많아 실내 온도를 6~7℃ 더 낮춰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자 가운데 8명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로 영하의 온도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었다.

한 작업자는 패딩과 가죽 장갑, 얼굴 마스크, 털모자 등 중무장을 한 채 기계에서 나온 각 얼음을 매만지며 작업에 열중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낮은 온도에 금세 마르면서 이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 또한 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김관원(74)씨는 “여름철이 되면서 주문량이 많아 작업장과 바깥을 오갈 때면 급격한 온도 차에 머리가 띵할 정도다”며 “겨울 장갑 2~3개를 끼고 일하다 보니 쉬는 시간에는 바깥 공기가 마냥 따뜻하게 느껴져 두꺼운 옷을 입은 채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현재 날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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