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 농법의 전문가 부부 탄생, 알알이 꽉 찬 건강 만점 포도 키운다

발행일 2019-09-11 16:53:0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4> 경산 지심농원

포도와 풀이 함께 자라는 친환경 과수원

경산 지심농원
60~70년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도시로 떠날 때, 정든 고향 땅을 떠나는 어른들의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기쁨에 들떠 있었다.

지심농원
그 아이들은 화려한 도시생활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지만, 바로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치열한 경쟁세대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경제 기틀을 세우는 주역이 됐다. 그들이 ‘베이비부머’ 세대다.

반세기가 지나면서 이젠 이들의 귀농행렬이 이어진다. 지난해 귀농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이젠 현직에서 물러 난 은퇴한 ‘베이비부머’, 역전의 용사들이다.

지심농원
경산시에서 친환경 유기농으로 포도와 대추를 재배하는 지심농원의 김석광(63)·김재경(60) 공동대표도 이같은 유형의 귀농인이다.

부부는 올해 귀농 10년차를 맞으면서 3천㎡의 포도와 2천㎡의 대추를 재배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들 부부의 농촌 정착기와 성공비결을 들어본다.

경산 지심농원
◆‘농맹 부부’의 귀농이야기

부부는 대구에서 생활하며 농촌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김석광 대표는 오퍼상을 했었고, 아내인 김재경 대표는 전업주부였다.

김 대표가 평생 일해 온 오퍼상을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면서 귀농을 희망하는 남편과 반대하는 아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부부가 의견을 좁히는 데 무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편은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끝없이 아내를 설득했고, 마침내 아내가 동의했다. 참으로 힘들게 내린 ‘귀농 결정’ 이었다.

경산에 귀농하기로 결정하면서 농사짓는 친구가 “3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니 나중에 팔기 쉬운 땅이어야 한다”면서 마을 앞 포도밭을 소개했다.

부부는 그렇게 시작한 포도농사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친구의 예상은 빗나갔다.

‘가장 쉬운 농사’라는 말만 듣고 대추농사도 시작했다. 농업의 농(農)자도 모르던 부부는 그렇게 해서 농촌에 정착했고, 이제는 어엿한 ‘친환경 유기농 농법’ 전문가로 주변에서 알아주는 농부로 변신했다.

◆초보농부의 좌충우돌 정착기

부부는 자신들을 ‘귀농’ 보다는 ‘입농’이라고 말한다. 농업을 전혀 모르고 농촌에 들어왔으니, 입농(入農)이라는 것이다.

첫 해는 호미로 풀만 뽑았다. 과수원에는 풀이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다. 뽑은 풀을 처리하는 방법조차도, 제초매트 피복이란 것도 몰랐다.

경산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인 교육에서 ‘초생재배’에 대해 배웠다. 포도나무와 풀을 함께 키우는 재배법이 신기했다.

농약을 치는 것 보다는 쉽겠다는 생각에 ‘초생재배’를 시작했으나, 여름철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풀을 보면 겁이 났다. 서투른 초보농부에게는 초생재배법이 고역이었다.

대추아카데미 교육에서 ‘녹비작물’을 권했다.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심으면 5월말 쯤 풀을 한번 만 베면 된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베낸 풀이 썩으면 퇴비가 되니 별도로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돼 일거양득 이었다.

그렇게 초보농군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녹비작물을 심는 초생재배 농사를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농약 재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농약을 뿌린 날이면 현기증이 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민감 체질의 피부가 말썽을 부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무농약 재배’로 전환했다.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생산하자’는 부부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다.

◆2무(無)의 친환경 유기농재배

‘지심농원’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다. 나무의 생장에 반드시 필요한 질소질은 화학비료가 아니라,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쓴다.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녹비작물로 재배해 질소질을 공급한다. 생선 부산물로 아미노산 액비를 만들어 토양에 공급한다.

아미노산 액비는 생선대가리와 내장, 뼈에 EM(유용미생물)을 넣어서 1년 이상 발효시키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잘 숙성된 젓갈 맛이 난다. 아래쪽에 고인 맑은 액은 좋은 천연 비료가 된다.

병충해 방제는 제충국이나 부자(附子), 고삼(苦蔘) 등 ‘천연살충식물’을 사용한다. 돼지감자와 은행열매로 해충 기피제를 만든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모양도 떨어진다. 대신에 경도가 높아 과육이 단단하고 보존기간이 길다. 그 과일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어쩌면 단맛만을 좋아하는 요즘 입맛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로 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계속 늘고 있다.

남들은 ‘친환경재배의 표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직은 완전한 친환경 유기농재배에는 도달하지 못한 ‘유기농 전환기’ 라고 겸손해 한다.

◆농장이름 ‘지심농원’

많은 사람들이 농장 이름 ‘지심’에 대해 궁금해 한다. 농장이름은 김재경 대표가 일주일간 고민한 끝에 지었다.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농장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심’은 김(논밭에 나는 잡풀)의 경상도 사투리다. 즉, 지심은 ‘잡초’를 의미한다. 포도와 풀이 함께 자라는 친환경 유기농 과수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름이면 포도과수원은 풀밭으로 변하고, 그곳에 개구리와 거미, 사마귀가 살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감동 마케팅 전략

주로 판매를 담당하는 김재경 대표를 주변에서는 ‘온라인 직거래의 베테랑’이라고 부른다.

2011년 블로그 교육을 받으면서 직거래를 시작했다. 인터넷 판매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포도를 올려서 팔았다.

2014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판매에 나섰다. 대추즙을 올린 것이 인기를 끌면서 포도즙과 건대추 판매로 이어졌다. 현재는 90%를 스마트 스토어와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고, 나머지 10%를 지인들에게 직거래로 판매한다. 결과적으로 전량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성과 뒤에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마케팅 기법이 있다. 포도나 대추를 판매하면서 그 속에 뻥튀기 한 콩이나 옥수수를 작은 사은품으로 살짝 넣어 선물한다. 딱 한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량을 지퍼백에 넣어서 보내는 것이다. 직접 만든 ‘무말랭이 차’를 넣기도 한다. ‘그냥 맛이나 보시라고 함께 보냅니다’ 라고 적은 메모도 함께 보낸다.

소비자들은 이런 작은 사은품에도 감동 받는다. 이런 정성이 재구매로 이어지고,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산물의 품질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인식과 정성이 담긴 사은품이 합쳐질 때 큰 시너지효과를 낸다. 주변에 이런 기법을 알려 주지만, 실천하는 농가는 드물다. 생각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감동마케팅 전략’이다.

◆작지만 알찬 고품질로 승부

‘지심농원’은 처음부터 어려움이 없이 친환경 유기농 재배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친환경재배를 위해 남의 농지를 빌려서 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친환경에 적합한 땅을 만들어 놓으면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주인이 땅을 회수해 가는 바람에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도 겪었다.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농지를 매입해 친환경 재배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일시에 규모를 확대하기도 어렵고, 고품질을 위해서는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온전히 부부의 노동력만으로 하기 때문에 작지만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살아있는 땅에서 고품질의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부부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유기농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녹색체험농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또 다른 꿈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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