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한 장학금 다시 돌려 달라”- 구미시 장학재단 이미 지급한 장학금 돌려달라고 요구, 장학생들 황당

발행일 2019-08-04 23: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권익위 권고사항이라며 중복지급 이유로 반환 요구, 인근 지자체와 차별

구미시 장학재단이 이미 지급한 성적우수 장학금 등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장학생과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일 새마을테미공원 글로벌관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


“연어형 인재를 육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구미시 장학재단이 두 달도 안돼 성적우수 장학생에게 지급한 장학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구미시 장학재단으로부터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던 A씨의 말이다. A씨는 최근 구미시로부터 장학금을 반환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황당했는데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또 다른 학생 B씨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과 다자녀 가정이라는 환경으로 구미시 장학재단의 장학생이 됐다. 하지만 B씨 역시 장학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다.

B씨는 장학금을 원룸 월세와 교통비 등 생활비로 이미 다 사용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닌다며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은 반환해야 할 돈을 빌려야 할 처지다.

현재 A·B씨 처럼 구미시 장학재단으로부터 지급한 장학금을 돌려달라고 연락받은 대학생들은 모두 36명이다.

이들은 지난 6월1일 기말고사 준비로 한창 바쁠때임에도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해달라는 구미시의 요청에 따라 행사에 참석했다. 홍보를 위한 단체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구미시는 두 달여 만에 이들에게 지급했던 장학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학생과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성적우수 장학금을 신청할 때 이와 관련한 안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학생 C씨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가정형편과 함께 성적을 따져 장학금을 지급해놓고 이제와서 학교와 국가에서 받았으니 반환하라고 한다”며 발끈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국가장학재단과 권익위 등이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중복지급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어, 이미 국가장학금이나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경우, 등록금을 넘는 차액에 대해 반환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올해 선발한 장학생 중 고교생 109명을 제외한 대학생 36명(전체 75명)에게 장학금의 일부나 전액을 반환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주시와 김천시 등은 이 권고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등록금만이 아니라, 생활비 등으로 장학금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구미시도 권익위가 권고를 하기전인 2016년 이전엔 장학금을 생활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했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에도 이 규정에 따라 장학금을 돌려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구미시는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규정을 따를 경우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립대학의 성적우수 입학생이나 재학생들은 장학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장학생 C씨는 “구미시가 연어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구미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고 하는데 학생들을 이렇게 기만하고 돌아오길 바란다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성적이 우수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생활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지급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시는 지난 6월1일 장학위원회 심의를 통해 선발한 고등학교 진학우수와 성적우수 장학생 109명(각 100만 원), 대학교 진학우수 장학생 40명(각 300만 원), 성적우수 장학생과 기회균등 장학생 35명(각 200만 원) 등 총 184명에게 2억9천9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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