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구미지역 제조업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예상 피해규모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역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미지역 수입액은 43억 달러. 이 가운데 대일본 수입은 8억8천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0%를 차지한다. 약 50개 지역기업이 일본에서 제품을 들여와 사용한다.



하지만 상당수 기계·장치 관련 기업들이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기보다는 무역상사를 통해 필요한 제품을 조달하고 있어 보이는 것보다 일본 의존도는 훨씬 높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치산업 등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미상공회의소 김달호 조사부장은 “상당수 기업들이 자신들이 수입하는 품목이 규제대상이 되는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치산업 등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선을 다변화해 필요한 소재 등을 구하더라도 크기나 성질에 따라 일부 생산라인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이번 수출 규제가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구미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중소형 플라스틱 올레드(POLED)를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모두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수출 규제와 관련해 따로 지시받은 내용은 없다”면서 “신제품 출시 등 향후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유력한 규제 품목인 ‘탄소섬유’ 역시 이번 규제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도레이첨단소재 등 50여 개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 도레이사의 자회사와 협력사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탄소섬유 주원료인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을 일본에서 수입하고는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수입이 제한되더라도 프랑스나 미국에 있는 도레이 자회사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분리막 코팅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일본계 기업 도레이BSF(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 역시 이번 규제 조치에 타켓이 되기 어렵다. 애초에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은데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기업이 많기 때문에 자칫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구미시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코트라(KOTRA),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구미상공회의소,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중소기업협의회 등과 합동대응팀을 꾸려 피해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150억 원 규모의 이자 보전이 가능한 특별 운전자금 편성해 오는 28일부터 피해기업의 운전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동문 구미시 기업지원과장은 “일단 이번 수출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 피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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