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lin Wall has collapsed.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1989년 11월 9일 오후 7시께 이탈리아 국영 통신사 안사(ANSA)의 동 베를린 발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오보였다.

그러나 이 기사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을 가져온 세기의 특종이었다.

해외여행 간소화 조치를 발표하려던 동독의 정치국원이자 정부대변인이었던 귄터 샤보브스키의 “eased travel restrictions”(여행제한 조치를 완화했다)는 말이 기자들에 의해 “The border was opened”(국경이 개방됐다)를 거쳐 “The Berlin Wall has collapsed”(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로 발전한 것이다.

“여행완화조치를 언제 시행하느냐”라는 질문에 “내가 아는 한 즉시”라고 답한 샤보브스키의 말실수와 기자의 오역과 오보가 역사를 바꾸었다.

물론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주역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우연한 사건이나 실수가 역사의 물줄기를 일거에 바꾼 경우는 많다.

그래서 우리는 돌파구가 없을 때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기도 한다.

#오전 5시30분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오키나와 상공, 정확히 말하자면 오키나와 본 섬이 아닌 오키나와 현에 속해있는 이시가키 섬 근처 상공을 통과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사일을 발사한지 40분 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실속 없이 미사일을 동해에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 동족인 남조선을 향하게도 하지 않겠다. 오늘 탄두는 북·남 공동의 적인 일본 상공을 지나가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탄두가 도쿄 머리 위로 지나가게 해 아베 일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싶었지만 양심적이고 착한 다수의 일본 국민들이 놀랄까봐 변두리 상공을 지나게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통전화를 걸어 “긴급하게 판문점에서 만나 분단 상태를 종식시키고 민족의 번영을 위해 조건 없이 조국을 통일하자”고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국가안보회의와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오전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그리고 양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현 시국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긴급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당은 상호 비난과 비방을 즉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양당 대표는 국난에 준하는 위기 극복을 위해 양당이 주축이 되고 나머지 정당 모두가 힘을 합쳐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두 당은 앞으로 어떤 경우든 서로를 향해 종북 좌파, 보수 골통, 토착 빨갱이, 토착 왜구, 반일 정권, 친일 정권 같은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합의했다.

양당 대표는 소속 의원과 당원이 어떤 형태로든 상대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편 가르기를 하거나 정치 도의와 신의에 어긋나는 언행을 할 때는 가차 없이 제명하고 상대 당이 납득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두 당은 오로지 국익과 국민만을 생각하기로 했으며 모든 사안에 대해 당리당략을 떠나 사심 없이 토론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로 합의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하며 코드 인사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과 자문을 받아 초당적인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기사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냥 상상해 본 것이다.

지금 우리의 마음이 너무 답답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무능과 오만방자함에 넌더리가 난다.

점심 반주로 마신 술이 진짜 일본 사케냐 아니냐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반일 전략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여당의 속마음이라면 심각하다.

의식 있는 국민들은 이런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당신들이 매국노라고 생각한다.

생산적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고 오늘을 파탄시키면서 내일을 갉아먹는 여야의 ‘소모정치’가 극일을 방해하는 원흉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터무니없는 말장난 기사가 영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이 시국에서 정말 일본을 이롭게 하는 자가 누구인지, 누가 고통 받고 있는가를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라.

▲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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