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 서거정, 대구지역 경치가 뛰어난 10곳 한시에 담아||-제6영 북벽향림,

▲ 대구 동구 북지장사에서 팔공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휴식도 괜찮다.
▲ 대구 동구 북지장사에서 팔공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휴식도 괜찮다.
▲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역으로 향하는 모습.
▲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역으로 향하는 모습.


▲ 봄이 온 팔공산에 나들이객이 북적이는 모습. 동구청 제공
▲ 봄이 온 팔공산에 나들이객이 북적이는 모습. 동구청 제공
▲ 녹음이 짙은 여름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 동구청 제공
▲ 녹음이 짙은 여름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 동구청 제공
▲ 팔공산의 가을 전경. 시민들이 단풍으로 물든 절경을 즐기고 있다. 동구청 제공
▲ 팔공산의 가을 전경. 시민들이 단풍으로 물든 절경을 즐기고 있다. 동구청 제공
▲ 겨울 팔공산 전경은 백색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동구청 제공
▲ 겨울 팔공산 전경은 백색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동구청 제공
▲ 동화사 너머로 보이는 팔공산의 능선은 사찰을 품고 있는 듯하다.
▲ 동화사 너머로 보이는 팔공산의 능선은 사찰을 품고 있는 듯하다.
▲ 측백나무를 품고 있는 팔공산의 끝없는 절경은 그 당시 나그네의 심신을 달래줬다. 동구청 제공.
▲ 측백나무를 품고 있는 팔공산의 끝없는 절경은 그 당시 나그네의 심신을 달래줬다. 동구청 제공.
제6영 북벽향림(北壁香林)

‘古壁蒼杉玉朔長 (고벽창삼옥삭장), 옛 벽 푸른 측백나무 옥창같이 길고

長風不斷四時香 (장풍부단사시향), 긴 바람 끊임없어 사시에 향기로워라

慇懃更着栽培力 (은근경착재배력), 은근히 정성 모아 힘들여 가꾼다면

留得淸芬共一鄕 (유득청분공일향), 맑은 향 머물러 온 고을에 가득하리’

제7영 동사심승(桐寺尋僧)

‘遠上招提石逕層 (원상초제석경층), 멀리 절 오르는 층층의 돌계단 길

靑騰白襪又烏藤 (청등백말우오등), 푸른 행전 흰 버선에 검은 지팡이로다

此時有興無人識 (차시유흥무인식), 이 시절 흥겨움을 아는 이 없으리니

興在靑山不在僧 (흥재청산부재승), 청산에 흥이 있지 스님에게 있지 않네’

제9영 공령적설(公嶺積雪)

‘公山千丈倚?層 (공산천장의준층), 천길 팔공산 층층이 험준한데

積雪漫空沆瀣澄 (적설만공항해징), 쌓인 눈 하늘 가득 이슬처럼 맑구나

知有神祠靈應在 (지유신사영응재), 신사에 신령님 계심을 알겠거니

年年三白瑞豊登 (연연삼백서풍등), 해마다 서설 내려 풍년을 기약하네’

대구 10영 가운데 팔공산을 노래한 제6영 북벽향림과 제7영 동사심승, 제9영 공령적설이다.

제6영 북벽향림은 향산의 측백나무 숲이다. 특히 서거정의 10영 가운데 대구 남·북부지역 중 북쪽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곳이 동구 도동에 위치한 측백나무 숲이다.

과거 도동의 측백나무 숲 아래에는 대구와 경주를 잇는 길이 있었다.

측백나무를 품고 있는 팔공산의 끝없는 전경과 함께 절벽의 경치와 더불어 빽빽이 심어진 측백나무는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의 심신을 달래주기도 했다.

제7영 동사심승은 동화사의 승려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팔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동화사는 대구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서거정은 하얀 버선에 지팡이를 들고 팔공산 동화사의 돌계단을 오르는 노승의 모습을 바라보며 청산의 흥을 노래했다.

제9영 공령적설은 팔공산의 쌓인 눈을 읊조린다.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인 팔공산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그 시절 겨울철 팔공산에 쌓인 눈은 서거정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당시 서거정은 팔공산의 백색 아름다움에 반해 ‘신사에 신령님 계심을 알겠구나’라고 감탄하며 이곳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풍년을 기약하기도 했다.

◆팔공산에서 서거정을 만나다

팔공산을 따라가다 동구 도동에 다다르면 관음사 옆 계곡 절벽에 자리 잡은 측백나무 숲이 보인다. 이곳은 제6영 북벽향림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본래 이곳은 대구와 경주를 잇는 길목으로 측백나무 숲은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의 휴식처로 유명했고 팔공산의 능선을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1962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지만 절벽의 측백나무 숲을 바라보면 저 멀리 이어지는 팔공산이 한눈에 펼쳐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좌·우 600m에 이르는 측백나무 숲은 높이 5∼7m 길이의 나무 700여 그루가 이어져 있었고 인근에는 관음사라는 사찰과 함께 공원 쉼터도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측백나무 숲 표지판과 안내문, 포토존 등이 있는 천변은 이곳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기회였다.

서거정이 감탄하고 노래한 측백나무 숲에 안겨 있다는 사실만으로 묘한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대구 10영의 제7영 동사심승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동화사다. 대구 10영의 절경 가운데 시의 무대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곳 중 하나다.

동화사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 이곳의 대웅전 너머로 팔공산의 기운이 느껴졌다.

팔공산의 여러 사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함을 자랑하기에 팔공산의 경치를 한눈에 바라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대웅전에서 약사여래대불(일명 통일대불)을 보러 가는 길은 서거정이 ‘멀리 절 오르는 층층의 돌계단 길’이라고 읊은 계단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동화사를 거니는 방문객의 모습은 500여 년 전 서거정이 바라본 ‘동사심승’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팔공산의 푸른 절경은 가을의 풍경을 숨죽여 기다리는 듯했다.

제9영 공령적설은 겨울철 눈에 뒤덮인 팔공산을 의미한다. 대구를 두 팔 벌려 감싸 안은 팔공산은 지역의 상징이다.

비록 백색의 아름다움이 아니더라도 팔공산의 여름은 푸르고 우거진 숲을 자랑했다.

신림봉에 올라 바라본 팔공산의 산세는 웅장했고 장쾌한 공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낙타봉, 동봉, 서봉, 염불봉 등이 날개를 펼친 듯 넓게 솟아 있었다.

500여 년 전 팔공산 봉우리마다 뒤덮인 흰 눈을 바라본 서거정은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여름의 추억을 간직한 채 이번 겨울은 팔공산의 은빛 세상을 느끼기 위해 신림봉에 또다시 올라 그 당시 서거정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한다.

◆팔공산의 절경을 바라보는 현재

팔공산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명소는 다양하다.

서거정이 대구 곳곳에서 팔공산을 바라보며 대구의 풍경을 감상했듯 지금도 팔공산의 포토존이자 힐링 장소로 유명한 곳이 지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팔공산의 정기를 느끼고 싶다면 ‘팔공산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케이블카는 1985년에 개장돼 출발역 470m, 정상역 820m 높이로 구성됐다.

탁 트인 전망으로 팔공산의 절경은 물론 대구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특징이 있다.

정상역에 도착하면 삼림욕 코스를 즐기는 게 좋다. 꽃그늘 정자와 솔 향기 정자, 피톤치드 쉼터를 들려 왕복 300m 거리에 10분가량이 소요된다.

또 소원바위와 신림봉 전망대에서 팔공산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커플이라면 5가지 테마가 있는 사랑의 터널이라는 산책로에서 아름다운 맹세(?)를 하며 추억 쌓기에 나서볼 만 하다. 출출하다면 이곳의 식당과 카페에서 팔공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좋다.

가족과 함께 힐링을 원한다면 팔공산에 자리 잡고 있는 ‘북지장사’라는 사찰의 소나무 숲에서 즐기는 휴식도 괜찮다. 빽빽이 들어선 1.2㎞ 길이의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팔공산의 전망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고개 쉼터가 보이는데 피톤치드라는 특유의 소나무향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곳곳에 개울가도 자리 잡고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곳은 ‘대구올레 팔공산 1코스’로 시민의 길~돌집마당~방짜유기박물관~복지장사로 이어지는 편도 2.5㎞ 거리의 산책 코스에 포함된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책 코스라 힘든 걷기 운동을 끝내고 팔공산의 푸른 숲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면 된다.

한편 북지장사는 동화사의 말사로 달성군에 위치한 남지장사와 대비되는 절로 1984년 보물 805호로 지정됐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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