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지난주 도심에 갈 일이 있어 나갔더니 평소보다 운행 차량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을 보며 본격적인 휴가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는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더위를 피하는 그 시간 자체도 좋지만 휴가지에서 먹는 평소와 다른 먹거리 또한 휴가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휴가지에서나 집에서 가족들 모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반려견을 볼 때면 대부분 보호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한다.

‘매일 똑같은 사료 먹기가 얼마나 지겨울까?’, ‘이것 정도야 먹여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본인이 먹고 있는 음식이나 평소 주지 않던 먹거리를 줘 본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 입 건넨 음식물 한 점 때문에 자칫 우리 반려견들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곤란한 경우를 겪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름철 반려동물들이 응급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경우 중 하나가 사료 이외 과일이나 다른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이다.

우선 가장 빈번한 과일과 관련된 상황을 살펴보면 ‘포도’가 강아지에게 가장 위험한 과일이라 피하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포도는 물론 껍질을 깐 포도나 건포도 역시 위험하니 빵이나 과자 같은 다른 음식물 속에 포함된 것 또한 골라내고 주어야 한다.

포도는 반려견들의 신장에 손상을 일으켜 급성신부전의 원인이 된다. 반려견의 크기나 종에 따라 심하면 포도 단 한 알만 섭취해도 구토, 설사, 혈뇨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포도 섭취 후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응급처치를 해야 하므로 반드시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신속히 가야 한다.

이 외에도 대부분 과일의 씨에는 청산이 함유된 독성이 있어 강아지들의 크기나 상태에 따라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엄청난 독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씨의 크기가 큰 복숭아나 자두는 소화기관을 막아 구토를 유발하거나 소화기관에 이상을 지속시키므로 수술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무더위에 온몸을 털로 덮여 있으며 매일 같은 사료만 먹는 강아지를 보며 안쓰러워하는 보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특별한 마음을 특별한 음식으로 표현하려 하지 말고 사람에게 유익한 음식도 반려견에게 해로운 음식이 많으니 반드시 유의해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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