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10

박경화 지음/한겨레출판사/292쪽/1만5천 원

우리가 직면한 대표적인 환경문제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등은 대부분 인류가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너무 헤프게 사용하는 데서 비롯됐다. 매년 등록 대수가 늘어만 가는 자동차는 자원의 낭비는 물론 미세먼지 문제를 부추기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탁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 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다른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구분했다. 그가 말하는 인류세의 특징은 인간이 지구 환경에 미친 변화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각종 개발과 무분별한 소비 등과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많은 생물종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놓였고, 인류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고갈 위기에 놓인 자원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 등의 수많은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저자는 환경 역습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곰곰 돌아봐야 할 것은 바로 그간 무심코 사용해온 일상 속 물건들이라고 말한다. 수십억 지구인들이 “어떤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지구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대명사로 알려진 에코백, 예쁜 천으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씻어서 계속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한 물건이다. 하지만 영국 환경청은 면으로 만들어진 가방은 131회 이상을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에코백이 친환경 물건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가게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행사장이나 모임에서 무료 기념품으로 주는 일도 흔해졌다. 그러자 에코백의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실제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텀블러 역시 마찬가지다. 스테인리스강과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 보온과 보냉이 가능한 고급 제품인 텀블러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테이크아웃 컵이나 물병보다 친환경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텀블러도 너무 흔하고 무료로 나눠주는 일이 많아져 점점 골칫거리 신세가 되고 있다. 결국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도 더욱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물건들 중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은 무엇인지, 이 물건들이 어떤 방법으로 지구를 살리고 있는지를 담아냈다. 젓가락과 스테인리스강 그룻, 종이, 자전거, 재사용가게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건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물건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역사, 친환경의 의미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최근에 널리 이용하고 있는 태양전지과 적정기술, 새로운 건축물인 패시브 하우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기발한 물건의 목록은 아니지만 친환경 생활을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공원과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환경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거창한 환경운동이나 어려운 실천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나만의 물건 목록을 직접 만드는 데서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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