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군 10개면 5천여명의 군민과 문중이 나서 의연금 모아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경주 이중구, 최현식이 주도하여 경주군금연회사 설립하고 밝힌 취지문.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경주 이중구, 최현식이 주도하여 경주군금연회사 설립하고 밝힌 취지문.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양상이 식을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견된 경주 최부자집의 무더기 문서와 서책들은 경주가 국채보상운동은 물론 독립운동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어 다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경주지역민들과 최부자집이 우리 민족정신 말살에 항거하고 나라 독립을 위해 애쓴 흔적이 담긴 자료를 통해 암울했던 시대에 민족정기를 살리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재조명해 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경주지역의 국채보상운동은 단연회사를 설립하고 개인뿐 아니라 문중까지 참여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민족운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경주지역의 국채보상운동은 최근까지 묻혀있었지만 경주 최부자집 창고에서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경주지역 국채보상운동의 조직적인 확산과정을 밝히는 최부자집의 문서들은 민족정신을 확인하는 증거물이라는 평이다.

최부자집 창고에서 발굴된 서책에서 경주지역의 참여자들의 명단과 의연금 기증 내역이 성책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국채보상운동의 전모가 밝혀졌다.

경주지역에서는 이중구, 최현식이 공동대표를 맡아 금연회사를 설립하고, 금연회사 운영을 위한 경비는 경주지역 문중들이 나누어 부담했다.

모금운동은 빠르게 확산되어 경주군민 5천여 명이 참여해 3천250원이 모였다.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경주 66개 문중에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해 경비를 나누어 부담하기로 하고 문중별 부담 금액을 표기한 문서.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경주 66개 문중에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해 경비를 나누어 부담하기로 하고 문중별 부담 금액을 표기한 문서.
경주군금연회사는 조직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었다.

우리나라 외채가 1천300만 원에 이르러 지금 값지 않으면 장차 어려운 상황에 이를 것이라며 땅이 없어지면 국가의 수치와 백성의 치욕이 닥칠 것이므로 담배를 끊어 빚을 갚는 일에 동참하자고 취지문으로 호소했다.

또 회사는 향교에 설립하고, 근무자와 출입하는 대소인원들도 금연할 것, 재무와 서기 두명은 본사에서 지공하고, 회장과 재무, 서기는 본사에 머물며 수납하고 영수증을 발행할 것, 모금에 반대하여 일을 그르치는 사람은 신문에 광고할 것, 의연금은 절대 함부로 쓰지 말 것 등의 회사규칙을 두었다.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채보상운동이 확산되자 일제가 방해공작을 전개했다. 경주군일진회장이 경주군금연회 최현식 회장에게 보내는 방해 문서.
▲ 경주군 전역에서 일제히 단연운동으로 의연금을 마련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채보상운동이 확산되자 일제가 방해공작을 전개했다. 경주군일진회장이 경주군금연회 최현식 회장에게 보내는 방해 문서.
의연금은 영수증을 발행하고, 면별로 의연금을 납부한 내역을 이름과 금액까지 정확하게 기록해 성책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김지욱 전문위원은 “경주에서 발굴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세밀하게 작성된 문서로 문화재급”이라며 “번역과 조사를 통해 중요한 의미를 파악하고 학술세미나 등으로 뜻을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에서 발굴된 자료는 완벽한 상태로 드러났으며 인명록이 작성된 성책은 귀중한 자료”라며 “최부자측과 협의해 전시회, 세미나, 박물관 이관, 기념비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최창호 이사도 “아직 자료를 번역하고 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도록형태의 자료집을 완성하고, 세미나, 전시회 등의 사업을 기념사업회 등과 협의해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자료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과 자료집으로 만들어 문화재 지정 신청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 전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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