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책이 필요하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작년 12월이었다.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이 구설에 올랐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따를 수 없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빅 뉴스였다. 해병대 출신 예비역 단체는 ‘구국의 영웅’이라면서 그를 지지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전진구 사령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사령관 개인은 물론 군의 신뢰까지 타격을 입었다.

9·19 남북정상회담 때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태극기가 사라졌다’는 말도 돌았다. 그 즈음, 정부가 북한에 쌀을 보내는 바람에 쌀값이 올랐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민심은 술렁거렸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해 7월 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자살하기 직전이었다. 그의 부인이 전용 기사를 뒀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력 일간지였다. 하지만 오보였다. 늦게 정정보도를 했지만 노회찬 대표는 자살한 뒤였고 오보도 널리 유포된 뒤였다. 유족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난 뒤였다.

가짜뉴스 소동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16년의 미국 대선은 가짜뉴스들로 넘쳐났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에 중동의 테러단체 IS에 무기를 팔아넘겼다.’ 모두 가짜뉴스로 판명되었다.

최근의 현상인 것도 아니다. 1923년이었다. 일본 도쿄 인근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관동대지진이었다. 민심이 흉흉했다. 일본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선 경찰서에 지침을 하달했다.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내용도 있었다. 곧바로 황당한 괴담들이 만들어졌다.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 조선인 폭동설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의 전형이었다. 일본인들은 흥분했고 조선인은 무차별 살육의 표적이 됐다. 그 괴담이 거짓임을 알고 있던 일본 치안당국은 방관하거나 교묘히 부추겼다. 희생된 조선인이 6천명을 넘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본다. 1590년의 일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평정했다. 조선 왕 선조는 일본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했다. 서인 황윤길이 정사로, 동인 김성일이 부사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년 뒤 귀국한 두 사람의 보고는 달랐다. 황윤길은 반드시 왜군의 침입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성일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1년 뒤, 국토는 유린됐으며 조선 민중들은 희생됐다. 1592년의 임진왜란이었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평생을 쌓아온 개인의 명예쯤은 한순간에 날아간다. 국가경제를 휘청거리게도 만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심지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 한일 경제전쟁의 엄중한 국면에서도 가짜뉴스들은 활개를 친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들이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통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그를 받아 정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더 증폭되기도 한다. 가짜뉴스들은 종종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들을 국내로 들여와 국론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판단과 정책과 대응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대책이 필요한 때가 됐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악용해 오히려 그 자유들을 위협하는 가짜뉴스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때가 되었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직업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할 때가 됐다.

민주주의 선진국들도 이미 관련 법을 제정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여와 야 모두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준비하는 것 외에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퇴출시키기 위한 언론의 자정 노력과 팩트체킹 역할도 중요하다.

아울러 온 국민이 거짓을 멀리하고 정직을 중시하는 도덕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 사실보다 기대와 신념을 앞세우는 확증편향, 진실보다 사익과 권력을 추구하는 반지성주의를 극복해 내는 힘도 함께 키워야 한다. 뉴스 소비자들의 분별력과 그것을 키워내야 할 교육계의 책임이 막중하다.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주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가짜뉴스. 이제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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