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이 500년 전 대구지역 10곳의 아름다움을 한시에 담아||-제2영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 인근 아경.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직장인의 퇴근길 야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 인근 아경.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직장인의 퇴근길 야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 인근 아경.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직장인의 퇴근길 야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 인근 아경.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직장인의 퇴근길 야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의 모습. 이곳은 예전 대구천 물길이 이어졌던 곳으로 입암조어의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 대구 중구 대봉2동에 위치한 건들바위의 모습. 이곳은 예전 대구천 물길이 이어졌던 곳으로 입암조어의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 대구 제일중에 위치한 거북바위의 모습(오른쪽). 서거정은 이 당시 연귀산의 거북바위를 보며 봄 구름을 노래했다고 한다.
▲ 대구 제일중에 위치한 거북바위의 모습(오른쪽). 서거정은 이 당시 연귀산의 거북바위를 보며 봄 구름을 노래했다고 한다.
▲ 대구 제일중에 위치한 거북바위를 소개한 비석과 안내판의 모습. 이곳엔 서거정의 10영 가운데 제3영 귀수춘운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 대구 제일중에 위치한 거북바위를 소개한 비석과 안내판의 모습. 이곳엔 서거정의 10영 가운데 제3영 귀수춘운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 서거정이 한가위를 맞아 달맞이를 간 금학루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중구 제일교회의 모습.
▲ 서거정이 한가위를 맞아 달맞이를 간 금학루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중구 제일교회의 모습.
▲ 서거정이 한가위를 맞아 달맞이를 간 금학루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중구 대안성당의 모습.
▲ 서거정이 한가위를 맞아 달맞이를 간 금학루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중구 대안성당의 모습.
▲ 제6영 남소하화의 배경이 되는 곳 중 하나인 영선못이 자리했던 영선시장의 모습. 지금은 영선못이 사라져 연꽃의 향연을 느낄 수 없지만 몇몇 어르신들은 영선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 제6영 남소하화의 배경이 되는 곳 중 하나인 영선못이 자리했던 영선시장의 모습. 지금은 영선못이 사라져 연꽃의 향연을 느낄 수 없지만 몇몇 어르신들은 영선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2영 입암조어(笠巖釣魚)

煙雨涳濛澤國秋 (연우공몽택국추) 안개 비 자욱한 가을날 연못에서

垂綸獨坐思悠悠 (수륜독좌사유유) 낚시 드리우고 홀로 앉아 생각이 하염없네

纖鱗餌下知多少 (섬린이하지다소) 미끼 아래 잔고기 많은 거야 알고 있지만

不釣金鼇釣不休 (부조금오조불휴) 금자라 낚지 못해 멈출 수가 없다네

제3영 귀수춘운(龜岫春雲)

龜岑隱隱似鼇岑 (귀잠은은사오잠) 거북 봉우리 은은함이 자라 뫼 닮았는데

雲出無心亦有心 (운출무심역유심) 구름이 무심히 나온다 해도 뜻이 있어라

大地生靈方有望 (대지생령방유망) 땅 위의 생물들이 바야흐로 비를 바라니

可能無意作甘霖 (가능무의작감림) 단비를 내릴 뜻이 없지는 않으리라

제4영 학루명월(鶴樓明月)

一年十二度圓月 (일년십이도원월) 한 해에 열두 번 보름달이 뜨지만

待得仲秋圓十分 (대득중추원십분) 추석이 되어서는 한껏 더 둥그렇네

更有長風箒雲去 (경유장풍추운거) 긴 바람 불어와 구름을 쓸어가니

一樓無地着纖氛 (일루무지착섬분) 누각엔 작은 먼지도 붙일 곳이 없네

제5영 남소하화(南沼荷花)

出水新荷疊小錢 (출수신하첩소전) 물 위의 새 연잎 동전 포갠 듯하더니

花開畢竟大於船 (개화필경대어선) 꽃이 피자 마침내 배보다 더 크다네

莫言才大難爲用 (막언재대난위용) 너무 커서 쓰기 어렵다 말 하지 말게

要遣沉痾萬姓痊 (요견침아만성전) 만백성 고질병을 고칠 수 있으리



서거정의 대구 10영 가운데 지역 곳곳의 숨은 멋을 노래한 제2영 입암조어와 제3영 귀수춘운, 제4영 학루명월, 제5영 남소하화다.

제2영 입암조어는 삿갓바위에서의 낚시를 의미한다. 입암에서 한 낚시꾼이 따사로운 햇볕을 맡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노래한 것.

서거정이 낚시꾼인지 관찰자인지 알 수 없으나 커다란 금빛 거북을 기다리는 심정만은 같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3영 귀수춘운은 연귀산의 봄 구름을 노래한다.

연귀산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의 풍경을 노래하면서 봄 구름을 끌어들여 당시 가뭄에 대한 기우를 담기도 했다.

특히 제일중학교에 위치한 거북바위에 기원을 담아 땅 위의 생명을 위해 단비를 내려줄 거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제4영 학루명월은 한가위를 맞아 달맞이를 떠난다는 뜻이다.

당시 서거정은 가을밤의 둥근 달을 보고 감탄했던 그 심정을 묘사했다.

이곳의 배경이 되는 금학루는 현재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이다. 단지 서거정이 추석 달맞이를 하러 간 장소로 파악되고 있다.

제5영 남소하화는 서거정이 대구의 남쪽 연못 가운데 커다란 연꽃이 활짝 핀 풍경을 본 감상을 그대로 읊조렸다.

서거정은 연꽃의 새하얀 아름다움과 병을 치료하는 약재임을 강조하며 백성을 위한 애틋한 마음을 노래했다.

◆대구 곳곳에서 서거정을 만나다

대구 중구 대봉2동 중심가에 들어서자 자동차 소음이 이어지고 다양한 건물들이 빼곡히 있는 곳에 우직하게 솟아 있는 건들바위가 눈에 띄었다. 제2영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건들바위에 다다르자 소담스러운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예전 대구천 물길이 이어졌던 곳으로 입암조어의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암은 바위 모양이 ‘삿갓을 쓴 늙은이 같다’해 이름 붙었다.

그 시절 입암의 모습과 일자로 곳게 솟은 건들바위의 모양과는 차이가 있지만 세월이 스치고 간 잔주름처럼 그 시절 서거정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제3영 연귀산의 거북이를 찾기 위해 대구 제일중을 찾았다. 본관 앞 아담한 동산에 거북바위가 보였다. 거북바위 인근에 세워진 비석과 안내판에는 서거정 선생이 노래한 대구 10영을 소개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거북바위는 지맥을 통하게 하기 위한 바위, 화기를 막는 비보,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등으로 쓰였다고 한다.

남쪽을 향해 듬직하게 앉아 있는 돌거북을 바라보자 이 당시 대구의 진산인 연귀산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며 농사에 필요한 단비를 바라는 서거정의 마음을 헤아리게 했다.

제5영의 달맞이 장소였던 금학루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금학루가 있던 자리로 현 중구 대안성당과 제일교회 자리로 파악될 뿐이다.

누각의 흔적은 없지만 제일교회를 지나며 금학루에서 바라 본 서거정의 기운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고층 건물이 없으니 금학루는 대구에서 높은 건물로 여겨져 지역 풍경을 바라보는 전망대 역할을 했을 터.

서거정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이 거셀수록 세상은 더 깨끗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서거정이 남쪽 못에서 연꽃을 바라본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다양했다.

제6영의 배경이 되는 곳은 대구 남구 대명동 영선시장이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영선못과 달서구 두류공원에 있는 성당못, 현재 서문시장이 들어서 있는 천왕당지라는 연못이다.

이중 영선못이 자리잡고 있었던 영선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선시장에 도착하니 이곳엔 연못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 계신 한 어르신의 전언에 따르면 영선못은 뱃놀이도 하고 빙상경기대회가 열리는 명소로 한 여름에 초록 물결의 연꽃이 많았다고 한다.

대구가 고향인 서거정은 이곳의 색다른 풍경과 함께 백성을 위한 약재로도 쓰인 연꽃의 은은한 분위기를 느끼며 더 애틋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대구의 숨은 멋을 찾아 본 현재

건들바위는 지역 야간 명소로 유명하다.

건들바위의 운치를 느끼기 위해선 해질녘에 찾아가는 게 좋다.

몸과 마음이 분주한 직장인의 퇴근길 힐링 장소로도 좋고 일상생활을 잊고 잠시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와 외로움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2007년 재정비 사업을 통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물이 흐르는 조그마한 실개천과 인공폭포가 흐르고 있다.

2015년에는 높이 9m, 폭 6m 규모의 건들바위 조형물까지 설치돼 넓은 조망권까지 확보됐다.

특히 건들바위 인근 20m 지점에 야간 경관을 위해 설치된 LED 갈대등 30본과 투광기 44개가 매일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고 있어 볼거리가 넘치는 주민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또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바라 본 색다른 이미지도 선사한다.

거북바위와 연귀산의 위상을 느끼기 위해선 대구 제일중 교정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옛 대구의 진산은 연귀산이었다고 한다.

연귀산의 거북이는 북쪽의 팔공산 남쪽의 앞산을 연결해주는 의미기 때문에 이곳으로 뻗어 내려오는 산의 정기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학교 잔디밭에 걸쳐 앉아 예전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현재 제일중은 중구에서도 한복판에 위치한 까닭에 학교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갖쳐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제일중을 돌아본 뒤 봉산문화거리에 들려 이곳에 들어선 20여 개의 화랑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특히 봉산미술제가 열리는 오는 10월에 가을의 냄새를 맡으며 축제의 열기를 즐기면 된다.

연꽃의 향연을 즐기려면 두류공원 남쪽에 있는 성당못을 추천한다.

거북섬과 학섬, 분수섬, 부용정, 삼선교 등은 사계절 내내 이곳의 운치를 살려주는 명소기에 사시사철 지역민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산책로 중간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넓게 펼쳐진 연꽃을 바라보며 가족과 함께 야간 운동을 즐기면 좋다.

또 넓은 못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대구 문화예술회관과 야외음악당에 당도할 수 있어 심심할 틈도 없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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