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넋두리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트럼프는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 원을 받은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내년엔 분담금을 대여섯 배 인상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일본과의 갈등에 대한 중재 커미션을 요구하는 꼼수인지도 모른다. 분통이 터진다. 북한의 김정은을 아름다운 친구라고 치켜세우고,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겐 상식 이하의 조롱을 일삼는다. 질투심을 이용하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것인지, 재선에 써먹으려고 공을 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다목적용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치졸하다. 정신 바짝 차려도 시원찮을 시국이다.

주한미군이 국방에 기여한다면 상응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정당한 분담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비용의 성격을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이나 안보를 위한 비용은 전액 대한민국 부담이다. 북한의 도발과 침략에 대비하는 비용은 대한민국 부담률이 절대적이라 본다. 북한이 미국을 응징대상으로 삼는 이상 대북 경계가 미국 국가안보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방 목적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국방비를 남의 나라에 전가하는 것은 주권국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미국의 국가안보나 패권 목적의 비용은 당연히 미국 부담이다.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목적이라면 패권 차원이다. 예컨대 전략자산의 전개라든가 미군의 배치전환 등은 미국 부담이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원칙적 접근으로 판단하기 모호한 부분이 많다.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국 국방비를 우방에 떠넘기는 것은 자국군대를 용병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트럼프도 주한미군을 용병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담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는 당연하고 어떤 면에선 국민에 대한 의무다. 지원금은 세금이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잘 감시하여야 한다. 불용액으로 남은 경우, 다른 단체의 지원금과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일조가 넘는 불용액을 두고 회수는커녕 계속 분담금을 증액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 집행상황도 감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어도 억울할 게 없다. 예산을 지원받은 단체는 상시감사는 물론 국정감사도 받을 필요가 있다. 예산이 시스템에 의하여 원칙대로 투명하게 집행된다면 지원금이 적고 많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쉽게 준다고 자존심 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트럼프가 수금하러 오지 않아도 줄 돈은 줘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북한이 중·러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강한 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깨질까봐 겁을 내는 건 이해한다. 그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살피고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위비 분담금의 부당한 부담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침략을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이 중·러의 팽창을 우려할 수 있다. 방 빼라는 말이 미국의 급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점에 잘 착안하면 미국에 당당할 수 있다.

급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돈을 우려내려 한다면 우방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장사치의 흥정대상이 될 수 없다. 약점을 잡고 우려먹는 방법은 하책이다. 아무리 장사꾼이라도 턱도 없는 방식으로 뻥치고 협박하여서는 그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 곧 밑천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밑천이 드러난 장사꾼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따돌리고 미·중·러·일 등과 직접 상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핵을 보유하면 군사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고, 국가 간 관계에서 당당할 수 있으며, 미국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도 큰 판을 보고 용감하게 대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핵에 대응하여 대한민국도 핵을 가져야 대칭을 이룬다.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잠재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려하고, 북핵마저 또 다른 겁박수단으로 끌어쓰려한다면 우리도 핵무장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있다. 일본이 극렬히 반대할 것이다. 일본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물밑접촉을 통해 상호 윈·윈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궁즉통이다. 이스라엘의 핵 보유 과정과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정책을 진지하게 연구해볼 때다. 핵을 가져야 강대국이 될 수 있고, 영공 침범 시 재래식 무기라도 자신 있게 쓸 수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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