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논설위원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미 상태다. 북한과 일본이 마구 흔들고 미국도 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위와 경제 파탄은 뒷전인 채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의혹투성이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술 더 떠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깨트렸다.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펑펑 쏘아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민의 생명이 달렸는데도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단다. 사면초가다.

이런 판국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무엇 하나 박수받을만한 게 없다. 사방에서 헛발질과 실수 연발인 더불어민주당에 카운터펀치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되레 지지율은 안방을 내줬다. 최근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서는 탈이 났다.

그나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금수저 행태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반사이익은 없다. 지소미아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때문이다.

-한국당 텃밭 TK 민심이반은 중병 증표

보수 텃밭 대구·경북의 민심 이반은 한국당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반일 감정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친 탓이 크다.

지역 한국당의 하는 꼴은 더욱 가관이다. 점수를 따도 뭣한 판국에 점수를 되레 잃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오는 27일과 28일 차기 대구·경북시도당위원장 선출이 예정돼 있다. 시도당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지역사령관이다. 한국당은 차기 경북도당위원장에 리더십을 의심받는 최교일 의원(영주·문경·예천)을 추대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은 인적쇄신 대상자로 분류돼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한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 의원은 해외출장 때 ‘스트립바’에 간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에 휩쌓였고 공천한 영주 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정 의원은 차기 시당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예결특위 위원직까지 내던졌다.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내년 총선의 지역사령관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시도당위원장은 통상 공천심사위에 참여하며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를 쓰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유다.

한국당의 장외투쟁도 눈총 받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날 ‘살리자 대한민국! 문(文)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조국 사퇴 촉구가 주가 되고 문 정부 규탄은 곁가지가 됐다. 그나마 조 후보자가 집회 명분을 살렸다. 온갖 금수저 행태가 조국 보이콧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는 장외투쟁은 당내외에서 비판받았다. 불안해진 황 대표의 당내 입지 강화 및 한국당의 지지율 반전 시도로 분석됐다. 국민들은 무능한 국정운영으로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자기반성과 인적 청산 없이 도로 친박당이 돼버린 야당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장외투쟁을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해서는 약발만 떨어진다. 장외투쟁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시·도당위원장 임명, 장외투쟁 등 헛발질

24일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자유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진 것은 분열 때문”이라며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우파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점은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보수 통합에 앞장선다면 어렵긴 하겠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개혁적 보수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 유승민, 안철수 등 바른미래당과 범보수층을 끌어안는 보수대통합은 필수적이다.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하나 둘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거두는 모양새다. 떠나는 보수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어중간한 충격요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당과 지도부의 환골탈태 말고는 답이 없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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