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라’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때는 1963년 8월 28일. 하루가 빠지는 56년 전이었다.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근처. 구름도 거의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25만 시민이 모여들었다. 흑인의 ‘일자리와 자유’를 요구하는 집회였다. 대부분이 흑인이었지만 백인도 5만 명은 되어 보였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명연설이 등장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주인공은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 당시 나이 34세. 평화주의자, 흑인 인권운동가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젊은 목사였다. 이듬해인 1964년, 35세의 나이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4년 뒤, 1968년. 인종주의자의 총탄에 세상을 떠났다. 39세의 여전히 젊은 나이였다. 그의 연설 가운데 몇 대목을 가져와 본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떨쳐 일어나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의 네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흑인 소년 소녀들이 백인 소년 소녀들과 손을 잡고 형제자매처럼 함께 걸어가는 꿈입니다.’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계속되는 살해 협박, 테러에 굴하지 않고 그가 품었던 꿈은 미국인의 꿈이 되었고, 그의 연설은 미국인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다. 지금도 유색인들은 물론이고 갖가지 형태의 차별과 억압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소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요즘 힘들어하는 청소년들과 아파하는 청년들의 탄식을 종종 듣곤 한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착잡하고 미안한 생각이 크다. 특히 필자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꿈마저 잃어버린 청소년과 청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는 숨막히는 입시체제가 큰 원인일 것이다. 고등학생 대학생의 경우는 청년 취업난이 워낙 심해서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불확실성도 한몫 했을 것이다. 아무리 꿈꾸고 노력한다 해도 이룰 수 없는 구조라며 포기한 청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꿈만은 내려놓지 말라는 것이다. 꿈은 살아 숨쉬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청소년과 청년에게는 생명이자 특권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

미국의 유명 앵커 린다 엘러비의 말도 들어본다. ‘죽은 물고기나 물살에 몸을 맡기는 법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목표를 향해 고통에 맞서고 도전하는 용기야말로 생명의 본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 백인 우월주의와 싸우다 27년을 감옥에 갇혀 지냈던 만델라. 출옥 후 대통령에 당선되고 결국 인종차별 없는 남아프리카화국을 세우고야 만 만델라.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데 있다.’

그렇다. 나는 이 땅의 청소년,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꿈꾸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이웃과 세계와 인류를 향해 큰 꿈, 아름다운 꿈을 품고 가꾸기를 희망한다. 자신도 행복할 수 있고 이웃도 복되게 하는 꿈을 찾고 키워가길 바란다.

아울러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크고 작은 실패 경험 때문에 의기소침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생각으로 의연히 대처해 가기를 바란다.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는 청소년, 청년이기를 바란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는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이며, 용기있는 자에게는 기회이다.’

기성세대들도 청소년과 청년이 꿈꾸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만큼 소중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넘어져 좌절하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만큼 보람있는 일도 없음을 우리 사회가 깊이 새기기를 희망한다.

‘에덴의 동쪽’과 ‘이유없는 반항’이란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가 있었다. 제임스 딘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그가 남긴 명언이다. 필자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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