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그들의 마음 누가 다스려주나

발행일 2019-08-27 16:00: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30, 그들의 마음 누가 다스려주나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만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역대 7월 수치로는 1999년 7월(11.5%)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대략 청년 10명 중 1명은 통계상으로 실업자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의 비율을 따지기 때문이다. 육아나 가사, 심신장애, 취업준비자, 진학준비, 군인, 군입대 대기 등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면 청년의 실업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수치보다 2배 차이가 난다. 실제 이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3.8%로 전년 동월대비 1.1%포인트나 상승했다.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아 말 그대로 ‘청년고용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청년층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높아지는 취업 문턱 때문에 아예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직활동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구직포기 청년이 21.6%로, 1년 전보다 2.1%포인트 올랐다. 반면 구직활동을 하는 비율은 13%로 2.4%포인트가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청년고용을 유지시키고 있는 통계마저도 예산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재작년 48억 원짜리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제도의 올해 예산은 1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금사정이 여의치않은 중소기업들은 이 제도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금이 끊기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사업’도 효과없이 재정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의 이후 1년간 취업 유지율은 7.8%. 이 사업에 참가한 100명 중 8명만 사업 참가 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했다는 것은 대부분 재정지원이 끊어지면 다시 실업자가 된다는 말이다. 단순 아르바이트 수준의 업무만 시키다보니 세금으로 만드는 ‘알바천국’이라는 자조섞인 말들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4년 4만9848명에서 지난해 9만8434명으로 최근 5년간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대 불안장애 환자도 2014년 3만7100명에서 지난해 6만8751명으로 배 가까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는 전년 대비 29%, 불안장애 환자는 20% 늘어났다. 최근 두 질병 모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심각하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률, 끝이 안보이는 경기 침체도 앞으로 이들이 안고 나가야 할 여건이다. 야속하게도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고 취직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하려고 해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 쇼크에 자영업자들마저 직원을 줄이고 있으니 청년들의 고통만 심해졌다. 밤새워 가며 공부하고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도 해보고, 열정을 쏟아부어 봐도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필기시험 한번 거치지 않고 외고와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들어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에 대한 ‘불공정 의혹’에 청년들의 마음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그 과정에 외고 2년생이 2주간의 인턴생활로 대한병리학회지 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두 번씩이나 낙제를 해도 장학금을 몰아주고… 이들은 지금 분노한다. 공정한 경쟁과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이 화가 나있다. 특히 정의와 공정을 그토록 강조하던 그가 공정함에는 묵묵부답인채 법적으로 하자가 없지않느냐는 말로만 대응하고 있는 선택적 정의에 분노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이 무너진 청년들이 화가 나있다. 손쉽게 스펙을 쌓고, 그 스펙을 이용해 대학을 가고, 장학금을 받는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하는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서울대교수도 아니고, 고위공직자도 아니면서, 재산도 75억을 모으지 못한 이 땅의 보통의 부모들 역시 단단히 화가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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