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는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세상이 뜨겁다. 연일 핫한 뉴스들이 터져 나와서다. 우선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다. 남북관계, 한·일관계 뿐만이 아니다. 미중, 미일, 북미 등의 관계도 요란하기가 그지없다. 국내 정치 뉴스들도 못지않다. 특히 조국 후보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은 가관이다. 이성은 실종됐고 선동과 야만이 판친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일 갈등과 법무장관 이상으로 중요한 국가 과제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은 하나의 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혁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도 매우 중요한 주제다. 하지만 어느 정치인도 정당도 언론도 관심두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있다. 망국적인 지역 불균형이다. 중요한 사건이 지금 이 시각에도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이 달, 9월 중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게 된다는 뉴스다. 지난 7월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5천170만 9천명이었다. 수도권 인구는 2천584만 4천명, 전체 인구의 49.98%였다. 그간의 수도권 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9월 중에는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의 인구 예측 자료다.

전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인 서울에 전체 인구의 20% 가까운 사람이 모여 살고 있다. 서울이 포화되고 나서는 인천과 경기도가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대구는 오래 전에 3위 자리를 인천에 내줬으며, 지금은 부산마저도 2위 자리를 인천에 뺏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있다. 급기야 면적이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50%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정부 정책과 국회의 입법이 수도권의 이해와 압력을 거스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극심한 불균형은 이미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우선 수도권의 초과밀화로 인한 비용증가와 효율성 저하다. 땅값, 집값은 물론이고 임대료와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서울의 물가지수는 뉴욕과 함께 세계 7위로 보고되고 있다. 극심한 교통난과 환경오염, 공기 질 저하도 피할 수 없다.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도 심각하게 추락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비수도권은 공동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자리와 사회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니 청년들의 탈출 행렬은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은 마치 루저처럼 취급받는다. 비수도권 시군들은 속속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활력이 떨어지면서 있던 기업도 떠난다. 고약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것이다.

아예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도 부지기수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폐교는 더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학들의 줄 폐교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지난 수년 사이 전국에서 21개 대학이 폐교됐으며, 그중 5개 대학이 대구경북에 위치했던 대학들이었다. 8월 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정책을 보면 비수도권 대학들의 폐교는 더 처절하게 진행될 전망이며, 대구경북 대학들도 초비상이다.

물론 수도권 인구집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공화국’이란 분노섞인 비판도 오래 되었다. 비수도권은 ‘내부 식민지’고 주민은 ‘이등국민’이라는 자조와 탄식도 귀에 익다. 9월의 인구 역전 역시 예견된 일이었다. 역대 정부들도 당연히 노력을 기울였다. 블랙홀처럼 전국의 인재와 돈과 기업을 빨아들이는 수도권의 흡입력을 저지할 정도로 의지와 정책 수단이 강력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가장 강력하게 균형발전 정책을 폈던 정부는 참여정부였다. 전국 비수도권 지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건설해 수도권에 위치해 있던 153개 공공기관을 이전시켰다. 세종시를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건설해 중앙정부 부처를 이전시킨 것도 참여정부였다.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수도권 인구의 증가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그 추세는 계속되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쉬운 것은 문재인정부 들어와서도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고민한다면 비수도권의 공동화를 방치해선 안된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 국민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망국병이라고 지탄받는 이 극심한 불균형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어서게 되는 비극의 9월, 하지만 누구도 관심갖지 않는 무심한 9월을, 착잡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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