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침산동 경상여고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악취 소동이 발생했다. 74명의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생들은 귀가 조치했다.

지난 2일 오전 경상여고 강당에서 조회를 하던 중 학생들이 가스 냄새를 맡고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이날 창문을 모두 닫은 채 에어컨이 가동되던 강당에 있던 학생들이 집단으로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임에 따라 출동한 소방·환경 당국이 실내외에서 다각도로 유해 물질 발생 가능성을 살폈다.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악취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상여고는 2017년 9월부터 악취 민원을 호소해 왔다. 특히 그해 9월 두 차례 학생 105명이 두통 등으로 병원 이송됐다. 당시 교실 창문으로 쇳가루 냄새 등이 나면서 학생들이 두통 등 증상을 보였고 학교 측은 자율학습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악취 발생이 반복되자 교육청에 수능 고사장 변경도 건의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유사 사례가 있었다. 악취 문제는 잊을만하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상여고와 학생들은 대구 북구청과 대구교육청 등에 악취 근절 대책을 요구, 북구청이 학교 주변 공단 점검에 나섰지만 악취 원인을 찾지 못했다. 대구환경청과 시교육청, 북구청 등이 20여 차례 악취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과 북구청도 인근 3공단 등의 화학물질 제조업체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혐의는 대구 3공단 입주업체로 쏠리고 있다. 학교 인근의 오염원으로 유력하기 때문이다. 3공단은 기계와 석유화학, 섬유 등을 생산, 가공하는 업체 2천5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북구청 등은 3일부터 3공단 내 대기오염 물질 배출 업소 130여 곳을 대상으로 대기 질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도 그동안 2중창 설치, 공기순환기와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등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년째 악취로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경 당국의 대처 미흡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사 사례가 언제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유해물질 유출 사고를 겪었다.

과학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원인 물질의 유입 경위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유해 물질 배출 업체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당국은 학생들이 악취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라. 더 이상 학생들이 고통을 겪도록 뇌 두어서는 안 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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