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호 태풍 ‘링링’이 6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과수 농가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사과 농장를 짓는 박진호씨가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를 만져보고 있다.
▲ 제13호 태풍 ‘링링’이 6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과수 농가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사과 농장를 짓는 박진호씨가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를 만져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밖에…. 2010년 곤파스때도 그랬고, 매번 농가에 큰 피해를 끼친 태풍은 9월에 상륙하더라구요.”

5일 경북지역 과수농가는 태풍 대비로 분주했다.

초속 35∼45m의 기록적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6일부터 우리나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보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봄 냉해에 이어 기록적인 여름 무더위로 인한 폭염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은 올해 과수 작황이 좋아 풍년을 기대했다. 하지만 ‘불청객 태풍’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출하는 채 20일도 남지않았다.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1만7천㎡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호(50) 대표도 태풍 소식에 수확을 앞둔 사과 나뭇가지에 지지대에 받쳐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농장 사과 대부분은 수확을 앞둔 중생종과 만생종 품종이기 때문이다.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농장은 한도 끝도 없어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더욱 애가 탄다.

과일산업대전 등에서 우리나라 대표 과일로 선정될 정도로 사과 재배 노하우를 가진 경력 20년이 넘는 사과 장인이지만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는 바짝 긴장했다.

박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나뭇가지를 지주대에 고정해주는 것 외에 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며 “바람이 세게 불어 낙과하면 도리가 없는데 내년에도 농사지어야 하니까 나무는 피해가 안 가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박 대표뿐만이 아니다.

인근 영주시에서 15년째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한 사과농가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9년 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사과나무가 부러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방풍벽을 설치했지만 강풍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알기에 태풍 피해가 없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는 “또다시 수확기에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 피해가 우려된다. 아무런 대책도 없고 태풍이 잘 비켜나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청송군의 한 농가는 “보름만 지나면 출하해야 하는데 태풍으로 땅에 떨어지면 큰일난다”며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가뭄과 폭염, 가을엔 태풍까지 계절마다 기상요인 때문에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는 태풍 ‘링링’의 북상에 대비해 지난 4일 긴급점검회의를 갖고 사전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농작물 낙과피해 예방을 위해 수확이 가능한 부분은 미리 수확을 실시하고 과실수에 대해서는 지주목 보강, 방풍벽 등을 설치해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지도 감독을 당부했다.

대부분의 과수농가는 수확기를 앞두고 과실 중량이 커 처져 있다. 강한 바람이 불면 상당수가 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경북지역에는 매년 2만3천403ha에서 48만3천723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윤종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재난은 막을 수는 없지만 예방으로 줄일 수는 있다”며 “추석 전 태풍이 다가오는 만큼 사전 예방에 철저를 기해 도민들이 풍요롭게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immar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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