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 이건청

거위 양식 업자들은/ 거위 목에/ 음식물 다짐기의 길쭉한 대롱을 밀어 넣고/ 음식물을 욱여넣는다고 한다/ 거위 목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다른 손으론 다짐기의 바퀴를 돌려/ 으깨진 먹이를/ 목으로 밀어 넣는다고 한다/ 거위 뱃속이 붉은 비명으로 차고/ 부풀어 오른 간이 뱃속을 채울 때까지/ 일심으로/ 으깨진 먹이를 욱여넣는다고 한다// 푸아그라/ 불란서 식 명품요리/ 거위 간으로 만든.

— 《시와 표현》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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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꿈’은 날지 못하는 운명의 거위에게도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역동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노래다. “만신창이 됐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할 것”이란 각오를 밝힌 조국 법무부장관을 떠올리게 한다.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그에게는 격려와 위로의 노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들 또한 결코 쉽진 않겠으나 그를 통해 난해한 희망의 끄나풀을 놓지 않으리라. 부디 불가능을 가능케 하여 검찰 사법개혁을 완수해주기 바란다.

날개를 갖는 새 중에 닭이나 오리 거위들은 처음부터 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날 필요가 없어서 날지 않을 뿐이다. 보통의 가볍고 가느다란 다른 새들과는 달리 그들은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튼실한 다리 때문에 하늘을 박차 오르기가 힘겨운 반면, 지상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위에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한 대가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인간에게 식용으로 사육을 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더구나 거위는 고기뿐 아니라 푸아그라를 바치기 위해 소화능력 이상의 음식물 섭취를 강요받는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동물 학대, 그 탐욕과 잔인성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조국 후보자를 향해 퍼부었던 일부 야당과 언론의 무차별적인 폭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이 불행한 사태는 우리사회가 그동안 맹목적으로 쌓아올린 전도되고 비정상적인 가치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정치 환경 속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되어온 의식의 소산은 아닐까.

온갖 곳에서 오랜 기간의 적폐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 가운데 우리가 가장 먼저 부셔야할 벽이 정치의식의 벽이다. 정치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치고 진정으로 선공후사 정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여전히 자신의 영달만 앞장세우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한국 정치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털기도 전에 툭 건드리기만 해도 풀풀 먼지가 날린다. 오래전 유행했던 일본어인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들)’란 말을 떠올린다.

모름지기 백성과 정치인 간의 신뢰가 정치의 근본이며, 그것 없이는 나라의 발전도 무망하다. 이번에 대통령이 가장 고심했던 것도 국민 분열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 부분이었으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그 바탕 위에서 사회에 구석구석 존재하는 철옹성 같은 비정상의 벽들을 깨 부셔야겠다. 그러기 위한 가장 급선무가 권력기관 개혁일 것이다. 조국 장관이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도록’,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리라. 만신창이가 된 조국에게서 ‘푸아그라’만 빼먹고 내버리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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