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9일 구미코 앞에서 KEC의 노조 탄압과 구조고도화 사업 반대를 위한 ‘노조파괴 장례식’을 열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9일 구미코 앞에서 KEC의 노조 탄압과 구조고도화 사업 반대를 위한 ‘노조파괴 장례식’을 열고 있다.
KEC가 구조고도화 사업(본보 지난달 26·3일 10면, 9일 9면) 참여를 앞둔 가운데 9일 구미코에서는 두 개의 상반된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KEC의 기념행사, 또 하나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주관하는 ‘노조파괴 장례식’이었다.

이날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구미코를 찾았던 곽정소 KEC 회장은 금속노조 회원들과의 몸싸움에 휘말려 옷이 찢어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KEC는 이날 구미코에서 미래형 오토·인더스트리 전력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중장기 방안인 ‘KEC 비전 2025’를 발표하고 노사 상생을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행사장 밖에서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주관하는 ‘노조파괴 장례식’이 진행됐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이날 “잔칫상과 장례식이라는 극명한 대비가 노조파괴와 공장폐업을 둘러싼 KEC의 현실”이라고 했다.

KEC지회는 “KEC가 2011년부터 구조고도화를 진행하면서 두 번의 정리해고가 이뤄졌고 대상 부지에 있던 어셈블리 공장은 패쇄됐다”면서 “구조고도화 사업은 결국 공장 폐업으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은 올해 초 KEC가 5번째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공장 유휴부지 17만여㎡(5만2천여 평)를 매각해 대규모 쇼핑몰과 복합터미널과 의료센터, 전문학원, 오피스텔 등을 짓는다는 내용이 이 사업의 골자다.

하지만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 계획은 안팎으로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

KEC가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외주를 확대해 왔다는 점, 공사가 진행되면 정상적인 조업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였다.

KEC는 2011년부터 4차례 공장 유휴부지에 대형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텔 등 산업단지 지원시설 건설을 내용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과의 사회적 갈등, 노후한 기술개발(R&D) 설비 개선과 근로자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의 부재, 상업시설이 근로자를 위한 시설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탈락한 바 있다.

구미YMCA 등 지역 시민단체들도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은 제조업 경쟁력 제고와 국가 경제 재도약이라는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지역 내 갈등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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