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지음/어크로스/328쪽/1만6천 원

#1968년 아침, ‘아이비 호지’는 차를 끓이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그녀는 가스를 켜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 잠시 후, 그녀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엌과 거실의 벽은 모두 사라졌고 그녀의 집 아래 몇 층이 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져 내렸다. 재난으로 침대에서 자고 있던 4명이 죽었다. 놀랍게도, 아이비의 고막이 터지지는 않았다. 폭발력 자체가 고막을 손상시킬 정도로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머무르던 아파트는 실제 폭발의 3분의 1 수준의 폭발력만으로도 벽이 파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의 주거용 건물인 이 아파트가 이처럼 심하게 파손된 이유는 이후 사고 분석에서 나왔다. 철근 콘크리트 슬래브 대신 조악한 패널로 만들어진 이 건물은 약간의 마찰력과 콘크리트 ‘풀’로 고정돼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폭발에 의한 밀어내는 힘이 마찰력과 콘크리트의 저항력을 이길 수 있었고 카드로 만든 집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다.

저자는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조공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건축과 구조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다리와 터널, 기차역과 마천루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커다란 세계를 설계하고 만들어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저자는 과학적 원리를 우리의 일상에 대한 스케치와 작은 실험을 통해 알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한다. 건축물에 가해지는 힘(압력과 장력),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기둥, 보, 가세, 바람과 지진으로부터 건축물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코어와 외골격,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건축자재와 설비 등 건축의 구조와 설계에 관심 가지지 않았던 대다수의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또 견고하고 거대한 산들을 공학자들이 어떻게 뚫고 터널을 만들었는지, 넓고 깊으며 거대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어떻게 건설했는지 그리고 자연 속 가장 소중하고 다루기 어려운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통제했는지 건축물에 관해 우리가 한 번쯤 품었을 궁금증들을 풀어낸다.

두번째로는 고대 로마부터 중세 건축, 그리고 근현대의 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기술적 도전들을 극복해낸 유명한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풍성한 사례를 통해 인더스 문명권 가마에서 구운 벽돌이 오늘날 사용되는 것과 이미 같은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타지마할의 돔은 불에 구운 생석회, 곱게 간 조개껍데기, 대리석 가루, 설탕, 달걀흰자 그리고 과일즙 등을 섞은 추나로 재료를 서로 붙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개인적인 일화들과 엮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의 연대순으로 나누는 대신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 자재와 요소로 분류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흙, 물, 벽돌, 바위, 금속으로 책의 챕터를 나눴다. 이야기는 다양한 건축의 재료와 그것의 특성으로부터 시작해 건축사, 특히 19세기의 건축과 공학 분야에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한 환상적인 방법까지,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일화로 이어진다. 완벽한 벽돌을 만들어낸 고대의 장인의 기술을 보여주고(흙 이외에 세 가지 유형의 과일에서 추출한 주스가 추가되었던) 철 대신 강철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와 강철의 발명에 대해 이야기한다(철은 너무 부드러워서 큰 힘을 떠받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건물의 기초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대형 돔형 건물, 초고층 빌딩, 다리, 제방 등이 중력, 바람, 물 및 지진으로부터 어떻게 견디고 단단한 모양과 기능을 유지하는지 그 방법과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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