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되면서 또 다른 미제 사건 가운데 하나인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현직 경찰청장으로는 처음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의 화성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에 이은 장기 미제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이다. 1991년 3월 대구 달서구에 살던 초교생 어린이 5명이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간다며 나갔다가 실종됐다. 초교생 집단 실종 사건은 당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화로도 제작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개구리소년 사건의 경우 국내 단일 실종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 35만 명의 경찰 등이 수색에 동원됐다. 하지만 실종 어린이들을 찾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저수지에 물을 빼고 마을 주변 산과 강, 대형 화장실까지 뒤지는 등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어린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실종 어린이들은 이후 11년 만인 지난 2002년 살던 마을에서 불과 3.5㎞ 떨어진 곳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어린이들의 두개골에서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나왔다. 타살 흔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끝내 범인을 찾지 못했다. 2006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현재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대구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이 내사 중지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해결은 과학적인 수사 기법의 발전 덕분이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유전자(DNA) 분석 기법이 30년 만에 희생자의 유류품에서 피의자의 것과 일치하는 DNA를 검출한 것이다. 경찰의 끈질긴 수사가 사건 해결에 단단히 한몫했다. 30년 넘도록 경찰은 해당 사건 기록과 증거물 등을 보관해왔던 것이다.

마침 민갑룡 경찰청장도 우연의 일치지만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모임’의 제안에 따라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유골 발견 현장을 찾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방문 시기가 화성 사건 해결 시점과 맞물려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해결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참에 그동안 발전한 수사 기법 등을 총동원,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해 범행 전모를 밝혀내길 바란다. 그래야 죽은 아이들과 부모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다. 또한 범죄 행위는 언젠가는 밝혀지고 만다는 사실을 인식, 흉악하고 잔혹한 범죄 행위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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