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가운데 지역에서도 돼지열병 확산 및 장기화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둔 지역 유통업계와는 달리 당장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커 매출 하락의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 ㎏당 평균 경매가는 꾸준히 올랐다. 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 지역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영남권에서 도축된 돼지고기의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18일 낮 12시 기준 영남권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 ㎏당 5천963원으로, 돼지열병 발병 직후인 지난 16일 4천428원보다 34.6% 치솟았다.
하지만 지역 유통업계는 대체로 1~2주치의 물량 확보 등으로 당장 가격 변동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한 주 평균 판매 물량인 300~400kg 정도 확보해 놓은 상태인데다 돼지열병이 발병한 지역인 연천, 파주 등 경기 북부 지역과는 상관없이 고령이나 김해 등지에서 도축된 제품을 들여오다 보니 현재로선 가격 변화도 없다. 돼지열병과 관련해 본사에서 따로 내려온 지침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돼지열병 확산 및 장기화, 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 급락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구지역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로선 확보된 물량이 있어 가격 변동은 없지만 확보해둔 물량을 소진한 이후 들여오는 물량에 대해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확산 및 장기화에 따라 가격 인상 여부도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돼지고기를 꺼리는 분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유통업계 중에는 이번 주말 돼지고기 특가 세일을 계획 중인 곳도 있다.
반면 지역 내 정육점 또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외식업계 자영업주들은 울상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권인(62)씨는 “가뜩이나 돼지열병이나 구제역 소식이 들리면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는다. 확보해둔 물량도 많지 않다보니 당장 고깃값 급등이 가장 큰 걱정이다. 돼지열병 사태가 빨리 수습되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