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채권자 내용증명 받고도 공탁 미뤄||기존 채권자 손해 뻔히 알고도 업무 지연한 셈

▲ 대구 달서구청의 전경.
▲ 대구 달서구청의 전경.
대구 달서구청이 별다른 이유 없이 공탁업무를 지연해 가압류한 채권자가 손해(본보 9월30일 1면)를 본 가운데 달서구청이 공탁금 경합을 할 임금채권자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공탁업무를 고의로 지연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탁 진행 전 체불임금 채권자의 내용증명을 받은 구청이 공탁 전 법률 검토를 위해 사고이월(불가피한 사유로 지출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연도에 사용하는 제도)을 하고도 제때 공탁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것.



1일 달서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해 8월1일 법원의 A업체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따라 A업체가 구청에 임대한 음식물처리기 56대에 대한 월 임대료 및 유지관리 용역비 등 지급을 중단했다.



A업체에 음식물 프레임 등을 납품하던 B업체가 물품대금 1천500만 원을 받지 못하자 A업체에 대해 채권가압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구청은 지난해 10월 말 공탁금액을 확보하고도 별다른 이유 없이 공탁 업무를 4개월간 지연한 탓에 가압류를 신청한 채권자(A업체)가 공탁금을 한 푼도 받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청이 법원에 공탁사유를 신고한 지난 2월21일 공교롭게도 새로운 임금채권의 존재가 알려져 결국 B업체의 채권과 임금채권이 경합하게 됐다.



우연의 일치로 넘어갈 수 있었던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구청이 이미 임금채권의 존재를 알고서도 공탁업무를 지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청에 대한 비난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임금 채권자 C씨는 지난해 12월11일 달서구청으로 ‘체불임금이 있으니 음식물처리기 유지보수에 대한 대금 지급을 중단해 달라’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구청은 앞서 B업체의 공탁금을 공탁하기 전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사고이월 처리했다.



하지만 법률 검토 결과 ‘내용증명이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공탁업무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달서구청이 법적 해석을 무시하고 공탁업무을 일방적으로 지연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B업체 관계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면서도 공탁업무를 지연했다면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서구청은 업무처리 과정에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이 업무 담당자에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겠다. 담당자가 계약업무를 처음 하다보니 미숙한 처리가 생긴 것 같다”며 “앞으로 계약부분은 회계 경험이 있는 담당자에게 계약 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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