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리, 미리 대비하고 함께 공유해보세요

전준항

대구지방기상청장



절기상 추분이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점점 줄어들고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긴 옷을 챙겨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눈에 띄게 늘었다. 느즈막히 찾아오는 가을 태풍들로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은 물론 동·식물도 저마다의 준비가 한창인 듯하다. 사람들은 추위에 대비해 두터운 옷을 미리미리 준비하는가 하면 따뜻한 음식과 차를 마시면서 환절기 건강관리에 여념이 없다. 벌레들은 흙으로 창을 만들고 둥지의 입구를 작게 만들어 추위를 대비하고 있다.

이 시기 기상학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위험 현상으로 안개와 서리를 들 수 있겠다. 안개는 맑은 가을날 아침 출퇴근하는 도로 위 차량 안전의 위험요인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서리는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 먼저 서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서리는 기온이 0℃이하로 떨어져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면 가까이 있는 지면이나 주변 물체에 부착된 얼음 결정을 말한다. 가을에는 한 낮에는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가 나타나지만,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 엉겨 서리가 내린다. 구름이 없고 바람이 없어야 지표면이 쉽게 냉각되어 물체 표면에 맺힌 물기가 얼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서리가 생길 때에는 식물의 잎 등의 세포 조직은 동결이나 저온으로 손상되며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받는다. 비교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찾아오는 첫서리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한다.

서리는 어떤 기상현상보다도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배꽃이 서리를 만나면 배 농사는 끝이라고 하며, 채소가 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듯 잎이 시들어 버린다고 한다.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무서리, 세게 내리는 서리를 된서리라고 하며,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은 무상(無霜)기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무상기간이 농업의 중요한 인자가 되는 것이다. 서리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인도나 차도를 미끄럽게 만들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차량의 경우 앞·뒷면 유리, 백미러 등에 서리가 내려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시야를 좁게 만들어 주행 중에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후진하다가 물체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교통안전을 저해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경북지역의 주요 첫서리 일자를 살펴보자. 첫서리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처음에 내리는 서리를 말하는데 내륙지방에서 이르고 해안지방에서 늦으며, 보통 내륙 지방은 10월에 첫서리가 나타나며, 산간지대는 이르면 9월부터 발생한다. 대구·경북 유인관측지점(대구, 안동, 포항)의 첫서리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0년(2009년~2018년) 중 가장 이른 첫서리 일자가 안동이 10월12일로 가장 빨랐으며, 대구가 10월26일, 포항이 11월18일로 나타났다. 첫서리(계절관측)는 대구·경북지역에서 대구, 안동, 포항, 울릉도 4개 지역에서 관측하고 있지만 실제로 산간이나 북부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이르게 서리가 나타날 것이다. 최근에는 특이기상에 관해 기상청 ‘날씨제보 앱’을 통해 내 지역 서리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으니 활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나는야 우리동네 날씨특파원’이라는 주제로 관측 공백지역에 대한 신기한 날씨 현상을 찾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9월16일부터 12월15일까지 진행하며 서리뿐만 아니라 단풍, 우박, 무지개, 용오름, 채운 등 특이한 기상현상들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보 받고 있다. 서리제보는 스마트 폰에서 ‘날씨제보 앱’을 설치 한 후 ‘날씨제보’ 콘텐츠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 GPS 기능 활성화를 통해 현재 위치와 날짜, 시각이 자동으로 입력되며 개인정보 및 제보내용에 대한 활용 동의 절차 후 전송하면 된다. 이벤트 참여자 중 최다제보자 및 우수제보자를 선정하여 상품도 지급한다고 하니 이벤트도 참여하고 내 고장 서리정보도 함께 공유해보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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