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초중고 학교의 환경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2~3년 사이, 학교 운동장과 시설물에서 유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됐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유해가스를 흡입한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사진은 대구시교육청 청사.
▲ 대구 초중고 학교의 환경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2~3년 사이, 학교 운동장과 시설물에서 유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됐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유해가스를 흡입한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사진은 대구시교육청 청사.


학습권은 현대 국가에서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간주하곤 한다. 개인이 인격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는 데 학습이라는 요소가 필수적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학습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인 학교가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쾌적해야 하며 유해한 환경에서 차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학습권에 경고등이 켜졌다. 학생들이 유해물질과 유해가스에 노출되는 학교 환경의 안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동안 학교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됐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유해가스를 흡입한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 학교 운동장 유행성 검사에서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허용 기준치보다 최고 15배 검출돼 9월5일부터 사용제한 조치가 내려진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 대구일보DB
▲ 학교 운동장 유행성 검사에서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허용 기준치보다 최고 15배 검출돼 9월5일부터 사용제한 조치가 내려진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 대구일보DB


올해 9월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시설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해성 검사 결과, 상당수 학교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검출됐다. 2016년 실시한 학교 운동장 유해성 성분 전수조사에서도 100개 이상 학교의 운동장 시설물이 납 성분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2016년 납 성분 검출 당시에 대구시교육청은 곧바로 오염된 학교 운동장 시설물을 전면 철거하고 재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는 2018년 연말께 모든 대상 학교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철거와 재설치 공사가 진행된 학교에서는 그 기간 운동장에 출입금지 라인이 설치됐고 각종 공사 자재는 운동장은 물론 학교 여기저기 쌓여야 했다. 당연히 정상적인 교실 밖 수업은 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으로 학생과 교사들은 한동안 불편을 겪어야 했다.

2016년 검사 때 유해물질이 검출된 전체 학교의 공사가 마무리된 지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또 수십 개 학교 운동장 시설물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오염 시설 철거 및 재설치 공사에 들어갈 해당 학교 학생들 역시 앞으로 수업 차질은 물론이고 소음, 먼지 등의 불편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2016년과 2019년 검사에서 각각 유해성분이 검출된 것은 유해성 검사 대상이 2016년과 2019년에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즉 2019년 검출된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의 경우 2017년에서야 운동장 유해성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학습권 침해와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9년과 2016년 시설 공사 대상 학교가 겹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중복공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 정책을 책임진 환경부의 늑장 기준 마련과 교육부와 시, 도 교육청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결국 학생들만 장기간 공사 중인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올해 9월 초 대구 한 여고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를 흡입한 학생들이 무더기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교의 가스흡입 사고는 지난 2017년에도 이미 두 차례나 있었다.

불과 2년 새 유사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당국이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독가스가 어디서 최초 발생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학교에까지 유입될 수 있었는지 밝혀 줄 것을 학교 측은 요구하고 있다.

◆ 2019년, 유해성분 72개교서 검출

대구시교육청은 9월6일 우레탄 시설물을 설치한 126개 학교의 유해성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에서 유해물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허용기준치(0.1%) 이상 검출된 학교가 달서초교 등 72개교(57%)로 나타났다.

72개교는 초교 40개교, 중학교 20개교, 고교 10개교, 특수학교 2개교 등이며,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해당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최고 50배나 초과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8억 원을 긴급 투입해 9월 중 이들 학교의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내년에 예산 98억 원을 편성해 모두 마사토운동장으로 재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유해물질이 검출된 학교 운동장을 곧바로 폐쇄 조치하고 가정통신문과 안내문을 통해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안내했다. 또 학생들의 수업 차질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동장 대신 강당에서 교실 밖 수업을 하도록 했다.

문제가 된 프탈레이트는 2017년 한국산업표

준(KS)이 개정되면서 추가로 우레탄 운동장의 제한물질에 포함됐다. 특히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여 주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피부나 눈에 자극을 주고 성장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 2016년 100여 개교에 유해성분

대구시교육청은 2016년에도 우레탄이 설치된 231개 학교를 대상으로 유해성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때는 초교 53개교, 고교 45개교, 특수학교 4개교 등에서 납 등의 유해성분이 KS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당시 시교육청은 165억 원을 투입해 유해물질이 나온 운동장을 전면 철거했고,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학교에는 초교의 경우 마사토, 중고의 경우 환경기준치 이내로 확인된 우레탄으로 운동장을 재조성했다.

그런데 운동장 유해 시설물 철거와 재조성 공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그 기간 교실 밖 수업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체육시설 이용이나 등하교 때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한편 전국 초중고의 우레탄트랙 유해물질 전수조사는 20

16년 환경부 요구로 진행됐다. 당시 환경부가 수도권 일부 학교에서 실시한 ‘학교 운동장 우레탄 중금속 실태조사’에서 상당수 학교 운동장이 기준치 이상 납 성분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경북에서는 조사 대상 180개 학교 중 129개교에서 KS 기준치를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초교 67개교, 중학교 24개교, 고교 37개교, 특수학교 4개교 등이 포함됐으며, 도교육청은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시설물을 전면 교체했다.



▲ 9월 2일 오전 경상여고에서 가스누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강당에서 조회하던 학생 800여 명 중 50여 명이 가스 냄새를 맡고 구토증세 등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후 소방당국과 환경부 관계자들이 가스누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일보 DB
▲ 9월 2일 오전 경상여고에서 가스누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강당에서 조회하던 학생 800여 명 중 50여 명이 가스 냄새를 맡고 구토증세 등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후 소방당국과 환경부 관계자들이 가스누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일보 DB


◆ 2년 새 가스흡입 사고만 세 차례

대구 경상여고에서는 9월2일 오전 학생 70여 명이 가스 냄새를 맡고 두통과 메슥거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12개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사고 상황은 아침에 등교하던 학생들이 운동장 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얘기들을 했고, 곧이어 소방서와 경찰서에도 ‘학교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

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

대구시교육청은 사고 이후 “각급 학교에 대해 매년 공기질을 검사하고 있지만 경상여고가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가 되풀이되는 만큼 필요하다면 학교 이전에 대해서도 학교재단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 역시 사고 이후 전문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사고 원인이 될 만한 특정 물질을 지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스흡입 사고가 이 학교에서 2년 전인 2017년 9월에도 두 차례나 있었다는 점이다. 그해 9월 22일과 28일에 학생 100여 명이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당시 학교는 대구시교육청에 그해 수능시험장 변경을 건의하기도 했다.

2017년 사고 때도 대구환경청과 대구시교육청, 북구청 등에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시료 채취와 분석을 했지만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불과 2년 간격으로 유사한 사고가 한 학교에서 세 차례나 발생했지만 당국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근심만 깊어지고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