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원 할인 만족하냐’는 일방적 여론 수렴 방식 문제||시민여론 방패 삼아 실패 시 면

▲ 대구시청 전경.
▲ 대구시청 전경.
대구시가 세금 낭비 우려가 제기된 ‘택시환승할인제’와 관련해 시민 의견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책임 떠넘기기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가 택시환승할인제 추진 의사를 밝힌 후 전문가 대부분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친절(?)하게도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것.



이렇다보니 이번 ‘시민 의견’ 수렴은 택시환승할인제 성공 여부에 대한 면죄부를 미리 받으려는 꼼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이달 중으로 전문 업체의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 여론을 수렴한 후 택시환승할인제 도입을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구축과 할인비용 보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연구결과를 시민에게 설명하는 공청회 방식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게 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설문조사 내용은 ‘대중교통에서 택시 환승을 하면 1천 원 할인해 주는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앞서 대구시가 대구·경북연구원과 영남교통정책연구원에 의뢰한 ‘택시 환승할인제 도입 타당성 연구용역’에서 ‘경제성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 택시환승할인제 시스템 구축에 약 37억 원, 시행 후 매년 45억 원(1천 원 할인 적용 시)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할인에 따른 수요 증가치(하루 기준)는 대구 평균 택시 이용객(20만 명)의 1% 수준인 2천∼3천 명에 불과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택시환승할인제가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사항인 탓에 이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이번 제도는 사실상 버스를 타고 버스로 환승하는 이용객이 택시를 갈아타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가용 운전자를 대중교통 이용자로 전환시키자는 정책 목표와 전혀 맞지 않다. 차라리 해당 예산을 대중교통활성화를 위해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천시와 경기의 경우 택시환승할인제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도입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정책의 기술적인 부분을 결정하는 과정을 시민에게 맡기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같다”며 “실패가 뻔히 보이는데 정책을 시민 의견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강행하면 그 책임을 과연 누가 져야 하나”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오상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전화 설문 조사 방식이긴 하지만 용역결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한 뒤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공청회 방식은 고려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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