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응우옌티껌장씨 시화 부분 눈길||위안부 문제 알고 일본에 사과받기 원해||7개국 전



‘20세에 나는 꿈을 꿔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는 꿈을. 이젠 나는 꿈을 꿔요, 일본에게 사과 받는 꿈을.’



7일 대구 달서구 (옛)두류정수장에서 열린 ‘2019 다문화 백일장-한글로 놀자’에 참여한 응우옌티껌장(22·여·베트남)씨가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시화를 써내려갔다.



3년 전 한국에 온 그녀는 최근 뉴스를 통해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



응우옌티껌장씨는 “위안부 이야길 듣고 같은 여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이제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에게 사과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제573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축제의 장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식전부터 러시아, 베트남, 몽골 등 7개국의 전통의상을 체험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축하공연으로 펼쳐진 대구국악연구원의 ‘밀양 아리랑’ 공연에서는 외국인 주민 모두가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본격적인 백일장이 열리자 지역 유치원 원생들은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체험 부스를 뛰어다니며 체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체험행사는 필리핀의 전통 놀이인 ‘가당놀이’ 였다. 코코넛 껍질을 밟고 걷는 전통 풍습을 따라 코코넛 모양의 기구를 밟고선 아이들이 끈으로 당겨 뒤뚱뒤뚱 걸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러시아의 전통 장난감인 ‘까르무시카’도 인기를 끌었다. 손잡이를 돌리면 나무로 된 원목 위에 올려진 장난감 새들이 모이를 먹는 시늉을 하는 장난감이다.





잔나(41·여·러시아)씨는 “러시아는 추운 계절로 새들의 먹이를 접시에 담아 나무 위에 올려주는 전통이 있는데 이를 본뜬 장난감”이라고 설명하며 “러시아의 전통문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백일장 참가자들은 학구열을 불태우며 새하얀 원고지에 까만 글씨를 빼곡히 채워가고 있었다.



중국에서 온 리홍암(35·여)씨는 ‘나의 꿈’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며 “다문화센터의 지원으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며 “언젠가 청소년 지도사가 되는 꿈을 이루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고운 한복을 입은 여성을 그린 새송판니(33·여·태국)씨는 3년 전 결혼 당시에 입은 한복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한복의 풍성한 치마와 색감이 너무 예쁘다”며 “한복과 김치찌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