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검역에 취약한 대구공항

발행일 2019-10-14 16:01:2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제공항은 검역의 최일선이다. 사람 또는 동식물과 관련된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고 수준의 방역대책이 집중돼야 하는 곳이다.

지금 전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에 비상이 걸려 있다. 그러나 연간 400만 명이 이용하는 대구국제공항에 동식물 질병검역을 전담하는 인력이 상주하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공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지와도 국제선이 운항되고 있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검역을 통해 해외 가축전염병과 식물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소가 없다. 영남지역본부 대구사무소(대구 달서구 정부지방합동청사)에서 파견나온 검역관 3명이 출장근무하는 것이 전부다.

여기에 더해 출장 검역관 3명은 모두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19시간을 교대없이 근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역이 이뤄질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대구공항의 국제선은 지난해 1만3천513편, 해외 여행객은 204만8천625명을 기록했다. 검역관 3명이 하루 평균 5천600여 명의 승객과 이들이 이용하는 37편의 국제선 항공기에서 쏟아지는 화물을 전담 검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이 반해 국제선 운항 편수가 대구공항의 1/4 수준에 불과한 전남 무안공항에는 독립된 검역사무소가 설치돼 있다. 사무소에는 검역관 7명을 포함 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매년 해외에서 유입되는 각종 가축전염병의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간 대구공항에 대한 축산방역 당국의 대처가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대구공항을 찾아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유입방지 홍보 캠페인과 국경검역 실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공항을 통해 불법 축산물이 반입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역을 독려했지만 상주 검역인력이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검역 지휘부의 전시행정, 일선 근무자들의 무신경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한 모든 전염병은 일단 방역망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사전 차단이 가장 효율적 대책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공항사무소 설치와 검역인력 증원은 미룰 수없는 시급한 과제다.

이와 함께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에 지역의 다른 분야에서 허점은 없는지 차제에 모두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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