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야 비로소 채워진다

발행일 2019-10-15 14:48:1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열어야 비로소 채워진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개방적 자세로 만사를 수용하는 국가는 부강하고, 편협한 종족주의나 배타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힌 국가는 쇠퇴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반대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기심이란 인간 본능에 가려서 객관적 인과관계를 외면하는 감이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이기주의가 창궐하고 있다. 역외 자본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산업용 부지를 무상 내지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도 하고 각종 지원금을 주기도 한다. 토종기업으로부터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경쟁이 역내기업으로 제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역내기업과 컨소시엄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러하니 해당지역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역외 기업에 영업제한을 두기도 하고, 자금의 역외유출을 차단하기위해 조건부 허가를 교묘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직선제가 초래한 폐쇄성이다. 전체와 부분의 역설을 보려하지 않고 애써 부분을 전체로 인식한다. 사람도 지역 우선이다. 역외 인재를 고용하면 인구가 느는 점은 안중에 없다. 다른 지역도 똑같이 따라하면 피장파장이다. 장기적으로 멀리 보려고 하지 않는다. 유권자가 복잡한 계산이나 우회적 현상을 싫어하고 단순 명쾌한 일차함수나 직접적 조치에 주목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역지사지해보면 코미디다. 역내 기업이 역외에 투자하면 우대받고, 역외에서 수주를 하고자 하면 도리어 제약을 받는다. 영업제한, 자금이동, 지역민 고용 등의 경우도 부메랑이다. 시야를 넓혀 멀리 보면 서로가 상대방에게 차꼬를 채우고 있다. 누워서 침 뱉는 꼴이고 자승자박이다. 국가 간에는 상호주의라는 관점에서 이기주의라는 철조망을 걷어내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간엔 상호교감마저 없다. 지방정부의 조례가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셈이다. 소모적인 경쟁을 적극 중재하는 일이 시급하다. 개방하는 길이 생문이다. 역설적으로 개방이 전체 파이를 키우고 종국적으로 이기심을 충족해 준다.

정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방적인 자세로 포용해야 정치가 제대로 기능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은 아예 마음을 닫고 있다. 이런저런 연고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선거법상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그 지역에 연고가 없는 경우 당선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출마가 제한된다. 법 규정 이전에 당선가능성이란 잣대가 추상적 매개변수로 작용하여 무분별한 출마를 자동 제어한다. 법이나 강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한다. 법은 최소한의 제한만 규정할 뿐이나 연고라는 폐쇄성이 장벽을 친다.

선출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은 전국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제일 큰 지역구를 선택한다. 그 의사결정 속에는 그 지역 여론 즉 유권자의 표심이 당연히 들어있다. 그 지역의 여론을 감안하지 않았거나 잘못 판단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 따라서 각종 선거의 지역구 선택은 언론이나 특정인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표심을 감안하여 스스로 결정한다. 외부의 부당한 진입장벽은 민심을 왜곡한다. 연고라는 장벽도 언젠간 깨뜨려야할 과제다. 외부 인재를 유치하려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정당이 다양한 가치분석을 통해 최대다수가 당선될 수 있도록 조직적 개입을 하는 경우도 개방성을 전제로 해야 국가적으로 효율적이다.

큰 꿈을 향한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누구든지 꿈을 꿀 자유를 가진다. 권력의지를 비난할 필요도 없다. 권력을 정치의 도구개념으로 본다면 정치인이라면 권력의지가 없는 사람은 없다. 봉사경력이 선출직의 출마요건인 것도 아니고 봉사정신만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공복으로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배타성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정치가 선진화된다. ‘누구는 안 된다’는 주장은 선거법 상 피선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다. 상식적으로 봐도 터무니없다. 마음을 열고 연고를 따지지 말아야 큰 정치가가 나온다. 출마여부와 지역선택은 자율의지에 맡겨야 한다. 낙하산 타령은 편협함과 이기심의 발로다. 개방이 참 정치를 키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예능과 스포츠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예능과 스포츠가 경쟁력을 갖고 명성을 떨치는 이유다. BTS가 세계를 누빈다. 미국의 LPGA와 유럽의 프로축구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정치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문을 닫아걸고 도토리 키 재기를 해서는 정치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정치권에서 불어온 혼란이 극심하다. 유능한 정치인을 수입하고 싶은 부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열어야 비로소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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