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대책 시급하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1970~90년대 대구 YMCA와 YWCA에는 대구시내 인문계, 실업계 남녀 고교생들을 위한 학교별 또는 몇 학교가 같이하는 연합 서클이 많이 있었다. 이들 고교생 서클을 ‘하이와이(HI-Y)’ 또는 ‘고교 Y’, ‘소녀 Y’라고 불렀다. 그 당시 청소년들에게는 주말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었다. YMCA와 YWCA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에 가서 초청 인사의 강연을 듣거나 합동 토론 등으로 인문적 교양을 쌓고, 다 함께 노래 부르기와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학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했다. 합동 발표회, 체육대회, 단막극 경연대회 등을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쌓았다. 이런 서클들은 90년대까지는 활발하게 그 명맥이 유지되었지만 2010년을 넘어서면서 거의 사라졌다.

고교생 동아리가 사라진 이유는 다양하다. 지금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수단과 장소가 많다. 휴대전화기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혼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을 여러 사람에게 힘들게 맞추기보다는 혼자 또는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 무엇보다도 교육제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본고사와 학력고사, 수능 도입 초기만 해도 시험만 잘 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고1, 2학년 때 기초만 잘 닦아두면 고3 때 열심히 공부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신 성적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들의 학교 밖 활동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1학년 첫 시험부터 한 번이라도 망치면 수시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기가 어려운 현실 앞에서 학생들의 대외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토요일(10월12일) 대구 YMCA에서는 고교시절 이곳에서 서클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었다. 주로 40~60대 사람들이 참석했다. 출신 고교는 달랐지만 모두가 반갑게 옛날을 회상하며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도와준 YMCA에 감사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약전골목에 있는 교남 YMCA 건물을 둘러보았다. 3·1 운동과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YMCA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공부하며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꼈다. 약전골목과 종로를 지나 금호호텔 옆에 있는 YMCA 청소년회관에도 갔다. 김영민 사무총장의 안내로 그곳을 둘러보며 참가자 대부분은 크게 놀랐다. 이 회관이 주로 ‘학교 밖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했거나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이 여기에 와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상담도 받고 검정고시 준비도 한다고 했다. 과거 HI-Y 활동을 한 학생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도 모범생들이었다. 세월이 이렇게 달라진 것이다. 참석자들은 YMCA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주며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기독교 정신의 구현임에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일반 고교생들이 거의 사라진 현실 앞에서 참석자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당면한 과제와 목전의 이익을 위한 활동만 중시하고, 서로 어울려 소통하며 공존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우울증 문제로 진료를 받은 청소년이 4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위기청소년을 지원하는 위(Wee) 클래스 설치율은 60%에 불과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3만3237명에 달했다는 보도와 함께 검정고시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고민, 가정불화, 사회 부적응 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과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기존 봉사 단체에게는 대폭적인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냉정한 상황 인식과 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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