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의 행동편향이 주는 교훈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프로야구 2019한국시리즈가 시작됐다. 야구팬이라면 올해는 과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기대감에 가슴 설레는 시즌이기도 하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종종 양팀 감독의 소소한 작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타로 기용할지, 투수 교체 시기는 언제로 잡는지 등에 따라 승부의 추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하느냐 마느냐도 그 팀의 색깔과 맞물려 큰 관심사다.

야구 통계에 따르면 희생번트보다는 강공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스포츠 경제학자 이영훈의 분석 결과다. 미국 메이저리그 4만5천여개 상황을 분석한 그는 1사 2루 상황에서의 득점확률(41.5%)보다 무사 1루에서의 득점확률(44.2%)이 더 높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 2005년 시즌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록에 따르면 1사 2루에서의 평균득점(0.75점)보다 무사 1루에서의 평균득점(0.84점)이 더 높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희생번트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운동경기보다 더 많이 객관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감독들이 왜 희생번트를 지시할까?

야구인들은 이를 감독의 면피 전략이라고 이해한다. 만약 강공을 지시해 타자가 병살타라도 날리면 감독의 책임이다. 그러나 희생번트는 실패해도 선수의 책임일 뿐이다.

이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다 결과가 나빠지더라도 부담감 때문에 행동을 하려는 경향을 ‘행동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기보다 뭐라도 했다는 인상을 남기려는 목적이 더 큰 것이다.

축구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286개의 패널티킥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 학계의 2005년 연구결과다. 패널티킥을 차는 축구선수들 중 3분의 1은 골대 왼쪽으로, 3분의 1은 골대 중앙,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 하지만 골키퍼는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몸을 날린 경우가 94%였다. 골키퍼가 중앙을 지켰으면 더 많은 골을 막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골키퍼들은 왜 좌우로 몸을 날렸을까? 이유는 중앙에 멍하니 서서 골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골키퍼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린다는 것이다. 승부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중앙에 서서 골을 막아내는 게 맞다. 그렇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걸 알면서도 행동을 하는 것이 행동편향이다. 패널티킥을 막아내기 위해 뭔가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행동편향이 운동 경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년 10개월 단위로 대폭 바뀐다는 대학입시 제도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제도부터 뜯어고치는 듯하다.

주식거래에서도 행동편향은 있다. 주가가 요동치더라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 즉 주식을 장기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증권중개인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무슨 행동이든 취해야 고객들이 신뢰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고객들에게 무능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특히 정책입안자들도 증권중개인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패널티킥 연구결과에서 보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 신념을 확인하려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요즘 경제관련 각종 지표나 통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한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을 놓고 하는 말이다.

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히려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혹 이런 확증편향 바탕 위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세워질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더 큰일이다. 골키퍼의 딜레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곰곰이 현재 우리사회에 대입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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