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곡가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캐고 있다.
▲ 칠곡가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캐고 있다.
작은 시골학교 텃밭에는 아침부터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가득하다. 고구마 덩굴을 걷어내는 고학년 어린이들의 힘찬 목소리, 고사리같은 손으로 호미를 들고 정성들여 고구마를 캐는 저학년 어린이 모두 즐거워보인다.

4월에 심은 고구마를 등교해서 달려가고, 하교 전에 달려가 가뭄 때는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봄, 여름, 가을 전교생들의 애정과 땀방울로 키운 고구마를 캐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가을 햇살을 받은 땀방울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6년 동안 이 학교를 다니면서 보내던 시간들이 새삼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6학년 김현준 어린이는 “고구마 심을 때는 힘들었는데 커다란 고구마를 캐니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고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올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다”고 아쉬운 달랬다.

칠곡가산초등학교는 학교 텃밭을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과 함께 운영하여 매년 수확의 기쁨도 나누고 있다.

정성들인 만큼 텃밭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잊지 못할 추억도 쌓고 자연에서 올바른 인성도 배워가고 있다.

6학년 박관호 어린이는 “비가 오거나 가뭄이 들 때는 심어놓은 곡식과 채소 걱정에 등하교 때 텃밭을 들러보곤 했는데 잘 자라줘서 고마운 마음”이라 고 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고구마도 골골이 수북히 쌓였다.

자연을 닮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고구마처럼 생기 가득하고 행복해보인다. 스스로 키우고 가꾼 결과물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이 얼굴에 가득하다.

이정일 교장선생님은 “요즘 학생들은 부모님이 해주는 것을 먹기만 하고 가꾸고 경험하는 기회가 적지만, 가산 어린이들은 텃밭뿐 아니라 학교의 자연환경을 친구처럼 활용해 모두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가산초등학교에는 감나무, 호두나무, 매실나무 등 유실수와 사계절을 함께할 수 있는 학교다.

아이들은 위한 교직원 열정도 남달라 주변지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찾아오는 작지만 강한 전원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작은 학교 특성에 맞는 가산초만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교에 대한 지역민들의 믿음도 높아지고 학생 수도 늘어나고 있다.

6년 동안 통학이 힘들긴 했지만 가산초 생활은 잊지 못할 학창시절 추억이고 힘이 되고 있어 힘들 땐 그때를 그려보기도 한다.

고구마는 올 봄 전교생이 함께 텃밭에 심은 것으로, 급식실에서 조리해 나눠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 가져가 가족·이웃과도 나눠 먹도록 하고 있다.

가산초 텃밭가꾸기는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 1천500여㎡ 텃밭에 배추와 고구마, 옥수수, 땅콩 등을 직접 기르며 땀의 소중함을 깨닫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유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김현희 학부모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까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인 것을 자연과 더불어 하는 것이 교육에 필요하다는 장점을 발견했다”며 행복해 했다.

학생들 스스로 고구마를 심고 수확하는 체험으로 농부들 마음도 알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데 보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모교의 행복한 후배들을 보니 덩달아 행복해진다.

자연을 닮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 김수현
▲ 김수현
가산초등학교 졸업생

구암중학교 3학년

김수현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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