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서 -호기심 가득한 세상

발행일 2019-10-23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아이들에게 책은 호기심 가득한 세상이다. 책 속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여주는 요소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권의 책은 나눔의 의미를 알게하고 기쁨, 슬픔 등 긍정과 부정의 마음도 알게한다. 또 다양한 의태어와 표현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준다.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파블로 알보/지양어린이/44쪽/1만800원

주인공 알베르토는 공원으로 소풍가기 위해 베낭을 꾸린다. 배낭 속에는 맛있는 소풍 음식이 가득 들어 있다. 공원에 도착한 알베르토가 벤치에 앉자 졸고 있던 공원의 동산과 연못, 그리고 나무들이 눈을 번쩍 뜬다.

알베르토가 배낭에서 복숭아 주스 병을 꺼내 놓자 75마리의 새 떼들이 기다렸다는 듯 빨대를 물고 날아온다. 알베르토는 새들이 공평하게 주스를 마실 수 있도록 병 주둥이가 넓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알베르토가 사과를 꺼내자 풋사과 냄새를 맡고 몰려든 167마리의 애벌레들이 사과 속을 파고들어 바람처럼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묘기 대행진을 벌인다. 초콜릿 도넛을 꺼내자 연못에서 248마리의 물고기 떼가 동시에 뛰어올라 도넛 구멍을 수상 서커스 하듯 통과한다. 알베르토가 배낭에서 음식을 꺼낼 때마다 공원의 동물들은 이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대소동을 벌인다.

숫자 그림책이다. 하지만 숫자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젤 먼저 나오는 75라는 숫자는 아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큰 수이다. 그 뒤를 이어 167, 248과 같은 더 큰 수가 연달아 나오는데 이는 작은 수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이 책은 숫자를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글과 그림이 인도하는 숫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또 다른 재미가 더해진다. 공원 안내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공원의 동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시루의 밤

권서영 지음/창비/44쪽/1만3천 원

‘시루’는 하얗고 작은 떡 반죽이다. 자신도 디저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시루는 매일 제과점을 찾아간다. 하지만 제과점 진열대에는 생크림 케이크, 딸기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등 화려한 케이크들이 가득하다. 다른 케이크들로부터 ‘작은 쌀 덩어리’라고 놀림받으며 쫓겨나기 일쑤인 시루. 시루는 오랫동안 품어 온 간절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꿈을 갖고 노력하는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루는 설레는 표정으로 생일 케이크를 고르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디저트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루는 다른 인기 있는 케이크들과 다르다. 반짝이는 시럽, 부드러운 크림, 달콤한 초콜릿, 어느 것 하나 없이 그저 심심한 떡 반죽일 뿐이다. 시루는 꿈을 이루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어린이든 성인이든 자신이 바라는 것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은 아득함을 느껴 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마음을 줄 만한 주인공이다. 시루는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밤 디저트가 되는 법을 공부하며 친구인 강물에게 주저 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시루는 강물의 도움으로 밤하늘에 가게 된다. 달님과 아기별들은 시루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시루를 환영하는 파티를 펼친다! 아기별들은 하늘에 있는 재료들로 멋진 디저트를 척척 만들어 내는데, 색색의 오로라 쿠키, 별가루를 녹인 시럽, 시원한 구름 아이스크림 등이 가득한 아름다운 파티 장면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밤이 지나고 새벽녘이 되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잠든 시루의 모습을 그리면서, 꿈은 다른 이의 선의나 도움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잠잠히 일깨운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시루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쓰담쓰담

전금하 지음/사계절/64쪽/1만4천 원

어쩐지 조금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며 울렁거리기까지 하는 그런 날.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꼭 이유 없이 어딘가 아프고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만 같다. 어깨가 축 처진 채 말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무척이나 속이 상해 보인다.

‘그러지 말걸’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며 누군가를 향한 변명을 혼잣말로 내뱉는 모습을 보니 퍽 힘든 날인 것만 같다. 그 모습이 마냥 이상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공감하는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주인공을 향해 다가오는 손길이 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있고 싶은 주인공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버려 달라고 말한다. 한바탕 울고 난 후, 누워 있는 주인공에게 또 다시 다가오는 조심스러운 손길. 쓰담쓰담, 쓰담쓰담. ‘네 맘 다 알아!’ 하고 공감해주며,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손길에 점점 기운이 난다. 힘들었던 마음까지 따듯하게 쓰다듬는 이야기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인물에게만 집중한다. 다른 요소들을 절제하고 인물만 보여주는 화면 구성은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직 하나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인물이 하는 말이나 아주 사소한 행동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포착된다. 특히 단순한 동작들이지만 하나하나 행동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감정 변화가 주된 서사인 만큼 작가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이용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한다. 네모난 몸통은 기분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으로 색깔이 바뀌며 지금 주인공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그저 배경인 줄 알았던 바닥도 감정 흐름에 맞춰 점점 차올라 장면을 가득 차지했다가 또 가라앉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