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광역 지자체가 타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 않은 채 순환수렵장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북도는 야생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순환수렵장 운영 중단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현재 야생멧돼지는 ASF 확산의 유력한 전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1일 순환수렵장 확대 방안을 두고 산하 11개 시군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ASF 확산 방지 차원에서 지역내 서식하는 멧돼지의 절반 이상을 포획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북도는 시군의 동의가 들어오는 대로 취합해 환경부에 순환 수렵장 확대를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광역 순환수렵장이 운영되면 충북과 인접한 경북북서부 지역 시군은 물론이고 애써 구축해놓은 전국의 방역망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접한 경북의 경우 총소리에 놀라 멧돼지들이 충북에서 넘어오게 된다. 충북과 인접한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 처지다. 충북은 경북, 대전, 충남, 강원, 경기, 전북, 세종 등 7개 시도와 맞닿아 있다.

또 전국에서 수천 명의 엽사들이 순환수렵장을 찾게 되면 포획한 멧돼지 사체가 매몰되지 않고 전국 각지로 반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렵장 운영이 ASF의 전국 확산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앞서 경북은 안동, 영덕, 청송, 문경, 봉화, 예천 등 6개 시군의 순환수렵장 운영을 중단했다. 또 강원, 경남, 제주 등 광역 지자체도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남, 전북은 아직 중단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는 ASF 발생초기 차단 방역을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선제방역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충북도의 순환수렵장 확대는 자기 지역만 ASF 전염원이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지역으로 일시 이동한 야생멧돼지가 어느 순간 바로 원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강원 철원에서는 지난 19일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야생 멧돼지 ASF감염은 모두 12건으로 늘었다. 민간 돼지농장에서는 지난 9월17일 이후 총 14곳에서 ASF가 발생해 총 37만여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또는 수매 도축됐다.

야생 멧돼지의 광역 이동을 촉발시키는 순환수렵장 개설은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예상 가능한 모든 루트를 차단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공동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정부당국이 나서야 할 때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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