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대구지역에서 흥미로운 독서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 대구지역 성인의 독서율이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과 SNS 등 뉴미디어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엄지족’이 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수도’란 대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와 제주도보다 독서율이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나 사회가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시민들의 독서습관을 키우고, 독서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정설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인문역량을 강화할 가장 유력한 매체인 종이책을 소재로 재미있게 펼쳐지는 지역의 독서운동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동참한 독서운동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2일~1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대구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토요일 낮 12시 종소리로 시작된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에는 독서 마니아 1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요일 낮 12시까지 이어졌다. 순위 경쟁 없이 완주가 목표인 이 행사는 50분간 독서, 10분간 휴식이 24시간 반복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등번호가 붙은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은 1인용 책상에 앉아 자신이 가져오거나 행사 주최측에서 제공한 책을 읽는데 몰두했다. 경기 방식은 책에서 시선이 1분 이상 벗어난 경우, 눈을 감고 1분이 경과한 경우, 책상에서 15초 이상 일어선 경우, 지정된 시간 이외에 휴대폰을 사용한 경우에 경고를 받았다. 경고를 세 차례 받으면 실격됐다. 이날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하기비스’ 때문에 바람이 불고 날씨도 쌀쌀했지만, 50명이 24시간 코스를 완주해 기념메달을 목에 걸었다.

책을 매개로 대구의 미래인 ‘청년후배’들과 40대 이상 ‘청춘선배’들이 소통하는 ‘책으로 마음잇기’가 지난 10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근처 ‘다온나그래’에서 열렸다. 대구시청년센터가 마련한 이 곳은 대구 청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차를 마시고, 회의를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행사는 지역출판사인 학이사를 중심으로 지난 4월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100일간 책을 추천하고 기부하는 ‘책으로 마음잇기, 책으로 세대잇기’ SNS 캠페인에 참여했던 선배들이 후배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이날 SNS 캠페인에 참여했던 선배 64명 중 일부와 청년 40여명이 만나 책을 선물하고, 그룹별로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눴다. 주제 중에는 필자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JMTGR’도 있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엔진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존맛탱구리’란 뜻으로 쓰이는 젊은이들 사이의 신조어라고 한다. 어찌됐던 대구의 선후배들이 책을 계기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쉰다는 뜻을 지닌 ‘북스테이’도 지난달 말 수성못 상화동산에 등장했다. 수성못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등장한 북스테이는 ‘책과 함께 머무는 축제 속 쉼터’란 컨셉트 아래 3일간 운영됐다. 범어도서관, 용학도서관, 고산도서관 등 3개 수성구립도서관이 보유한 책 1천500여 권이 상화동산으로 옮겨진 ‘야외도서관’과 함께, 지역출판사와 물레책방을 비롯한 동네책방이 내놓은 책으로 꾸며진 ‘야외책방’이 그것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 누구나 잔디광장에 설치된 해먹, 그늘막, 큐브상자, 매트, 의자 등을 이용해 가족 또는 이웃들과 함께 책과 함께 가을을 즐겼다.

한편 최근 자료인 ‘2017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와 수험서 등을 제외하고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본 비율을 나타내는 전국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 연간 독서량은 8.3권, 평일 독서시간은 23.4분,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2.2%, 독서프로그램 참여율은 5.3%로 집계됐다. 대구의 경우 연간 독서율은 58.6%, 연간 독서량은 6.2%, 평일 독서시간은 15.1분,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3.9%, 독서프로그램 참여율은 1.5%로 나타났다. 지역별 5대 독서지표 현황에서 공공도서관 이용률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은 물론, 전국 평균 이하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성인 독서율은 1990년대 후반 77~79%대, 2000년대 71~76%대로 70%대가 유지됐지만 2010년대 들면서 59~71%대로 떨어졌다. 2017년 성인 독서율은 2015년에 비해 5.4%포인트나 낮아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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