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현경제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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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와 표리부동(表裏不同)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는 뜻과 겉과 속이 같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대구 서구청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서구의회 민부기 의원의 행보와 꼭 맞는 말이다.

지난 21일 민 의원은 ‘나 자신만 오해가 아니면 된다’는 논리로 초선의원으로서 의욕이 앞섰다고 자필 사과문까지 준비하며 갑질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민 의원은 집행부를 견제한다는 의미로 도넘은 갑질을 일삼았다.

한 달 전 민 의원을 의회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20대부터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20여 년이 흐른 뒤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그동안 숱한 풍파와 고초를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고 외쳤다.

의욕이 과했다. 넘치는 의욕이라고 표현하기엔 그의 행동은 과격했다. 사회통념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잣대를 만들어 본인의 생각만이 옳다는 소위 불통의 의정활동을 펼쳤다.

부작용도 이어졌다.

서구청 직원들은 민 의원의 갑질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다. 민 의원의 제도에 어긋난 업무 지시와 요구를 버티다 못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 몇몇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을(乙)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가 을(乙)을 괴롭하는 갑이 돼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는 민 의원의 사과가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였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민 의원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서 아랑곳 하지 않고 버티다 이제야 사과를 했다.

이유는 본인만이 안다. 현재 ‘용서’라는 골든타임은 지난 상태다. 이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는 뒤늦은 사과로 밖에 볼 수 없다.

군중 앞에서는 본인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귀를 닫고 이상한 열정(?)만을 쏟아붓기 일쑤였다. 하지만 뒤로는 직원 고소·고발건을 취하하고 몇몇 당사자에게 구두상으로 이제 그만해달라는 말을 건네며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그땐 잘못했다’고 인정하지만 앞으로 민 의원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해 민주당 측에서 사과를 종용했다는 소문까지 일고 있다. 또 행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현수막 등을 통해 서구청과 관련된 여러 가지 비리 제보를 받고 있다. 그의 사과가 진실이길 바란다.

이 상황 또한 정치 보복이 아닌 올바른 의정활동을 위한 행동이길 바란다. 대구 서구청과 서구의회는 ‘서구 발전’이라는 한 배를 타고 달려가는 공동 운명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그가 서구를 대표하는 구의원으로서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위해 뽑아준 서구 구민들의 뜻을 저버리는 동시에 이들을 모욕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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